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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정한 사랑과 실천 가르친 어르신

내일(20일)이면 선종(善終)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원한 유택에 드신다. 장지는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오산리 천주교 성직자 묘역이다.

그는 1922년 이 땅에 태어나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했던 가난과 시련을 똑같이 체험했다. 일제에 의한 수모도, 동족상잔의 한국전쟁도 함께 겪었다. 전쟁이 뜸해진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69년 47세의 최연소,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에 서임되어 1998년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은퇴할 때까지의 발자취와 은퇴 뒤 선종하기 전까지 그가 남긴 발자취는 너무 크고 뚜렸해서 종교 지도자의 차원을 넘어 민족 지도자로 추앙받아 왔다.

그는 나라가 위태롭고 국민이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박해 당할 때 철권 세력이 두려워 비겁해질 수밖에 없었던 민중을 대신해서 독재를 비판하고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라며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앞장 섰다. 험난하고 치열했던 한국 민주화는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만큼 그는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간애를 몸으로 실천했다.

그는 최고 종교 지도자로서 개인의 안락을 보장 받기보다는 가난한 자와 소외 당한 자, 절망에 빠져 스스로 인생의 낙오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찾아가 보듬어주고 위로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 혜화동 할아버지로 불리울만큼 인간 냄새가 났고, 실제로 차별과 우월을 경계하며 언제나 낮은 자세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종교의 편견과 오만의 벽을 허물기 위해 먼저 다른 종파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고, 종교의 추구하는 바가 인류애를 통한 공동선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도출하는데 앞장 섰다. 그는 여러 설명과 수사가 필요없는 이 시대와, 이 나라의 진정한 어르신이었다. 말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거나, 머리에 든 것은 있어도 용기가 없어서 뒷전에 숨는 비겁한 자칭 지도자와는 격이 다른 어르신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희망이 있었고, 그가 있었기에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나면서도 일찍이 약속한 대로 두 눈(目)을 남기고 갔다. 이미 빛을 잃고 고통 받아온 두 사람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니 이는 천사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다. 우리는 그가 남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말씀을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김수환님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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