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회비가 덜 걷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의 올 모금 목표액은 82억원으로 서울의 96억원 다음이다. 경기지사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말까지를 적십자 회비 모금 기간으로 정하고 그동안 모금에 박차를 가했지만 24일 현재 42억 3251만원(51.62%)밖에 걷히지 않았다. 경기지사가 적십자 회비를 모금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갔다 수복한 1953년부터인데 그해 목표액 대비 88.9%(230만8853원)의 실적을 올린 것이 가장 낮았고, IMF 때인 1998년 95.6%, 1999년 90.33%, 2001년 97.69%를 기록한 것 말고는 지난해까지 100% 이상 목표액을 달성했다. 24일 현재의 시?군별 모금 실적을 보면 양평군이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고, 6개 시?군이 목표액 달성, 수원시와 가평군이 80% 이상 모금했을 뿐 나머지 시?군은 모금 실적이 신통치 않다. 결국 경기지사는 전국 14개 지사 가운데 모금실적이 9위에 머무르고 있다. 2월말이 지나면 수시 모금기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리 실망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금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사업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적십자사에 대한 경기도민의 인식과 기여도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늦장 피울 일만은 아닌듯 하다. 올해 모금 실적이 저조한 원인이 한국전쟁이나 IMF 때보다 경제사정이 나빠서인지, 아니면 적십자사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 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발 경제위기가 적십자 회비 납부를 후순위로 미루게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또한가지는 지난 10년 동안 이른 바 좌파정권이 북한에 퍼주기를 한 것과 관련해서 적십자 회비를 낭비했다는 오해와 혈액사업의 파행이 적십자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것만은 분명 하지만 적십자 회비를 북한 퍼주기에 사용한 적은 없고, 정부 또는 공공단체가 벌인 대북사업 때 적십자 명의로 한 사례는 더러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적십자 회비는 우리나라에서 정부와 국민이 공인하는 유일한 사회적 공동체 모금으로 그 용처(用處)가 전쟁 또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병상자 간호 및 난민구호, 청소년 지도, 소외노인 보호, 이산가족 상봉 등 정부와 사회가 미쳐하지 못하는 사회사업의 공백을 메꿔주는데 국한되어 있다. 달리 말하면 적십자 회비는 1905년 고종황제에 의해 공포된 ‘대한적십자사규칙’에 명시된 ‘박애’와 ‘봉사’를 실천하기 위한 ‘봉사기금’ 그 자체일 뿐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해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적십자 회비 모금에는 인색하지 말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