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요즘 서민들이 피를 팔아 집세와 식비를 충당한다는 토픽이 있다.
혈장(血漿)을 파는 웹사이트가 지난 3개월간 50%정도 늘었다고 한다. 피를 한번 팔아 버는 돈이 25달러(3만5천원 정도)라고 하니, 어지간히 절박하고 급했던 모양이다.
중국인들의 장기매매(臟器賣買) 소식은 가끔 듣지만,부자나라 미국이 이런 지경이라고 하니 이빨 빠진 호랑이로 비유되는 것도 수긍(首肯)이 간다.
피를 판다고 하니,단박에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란 책이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이 책 덕분에 더운줄 모르고 한 철 잘 보냈는데 작가는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위화(余華). 직역(直譯)을 하면 허삼관이란 사람이 피를 파는 스토리다.
주인공이 피를 팔아서 번 돈으로 부자인양 돈을 헤프게 쓰면서 예쁜 여자를 유혹해 자식을 3명 얻었는데 어찌 이름은 좀 성의(誠意)가 없는 것 같다. 맏이는 일락,둘째는 이락,막내는 삼락. 그런데 문제는 일락이었다. 아버지 허삼관과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주위에서 쑥덕거렸기 때문이다. 마누라와 ‘친 자식이다,아니다’ 이 문제를 놓고 많이 싸웠는데 결국은 아내의 자백을 받았다.처녀적에 사귀던 남자의 아이라고…· 이 때부터 허삼관의 내면(內面)에 기른 정과 낳은 정이 교차하며 치열하게 다툼이 시작된다. 결국 일락이를 자기 자식으로 받아 들이는데…. 일락이가 매우 아파서 사경(死境)에 이르자, 허삼관은 더이상 피를 팔면 죽을 수 있는데 병원에 가 피를 사달라고 간청한다.
당시 허삼관이 감격스런 말을 한다.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해도 난 피를 팔아야 합니다. 저야 내일 모레면 쉰이니 세상사는 재미를 다 누려 왔죠. 이제 죽더라도 후회는 없답니다.”
“하지만 아들 녀석은 겨우 스물한살이라 사는 맛도 모르고 장가도 못 갔으니 사람 노릇을 했다고 할 수 있나요?”
친자식도 아닌데 대단하다 못해 부처님 경지(境地)에 이르렀다. 또 이런 말도 덧붙였다.
“일락아, 오늘 내가 한 말을 꼭 기억해 두거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난 나중에 네가 내게 뭘 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그냥 내가 죽을때 널 키운 정을 생각해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그걸로 만족한다...”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렸다.
미국에서 피를 파는 사람이나,허삼관이란 사람이 피를 파는 이유는 하나다. 책임감, 희생, 가족 이런 것 이리라…. 작가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인간의 덕목(德目)에서 지고(至高)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오래전 의사 친구에게 피 값이 양주 값보다 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혈액원이 병원에 파는 수혈용 혈액 400㎖가 3만8천860원이니 ㎖당 97원 가량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발렌타인 17년산 700㎖가 11만원이니 ㎖당 157원. 결국 양주가 핏 값 보다 약 60% 정도 비싼 셈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그리고 대중가요 가사에 ‘피보다 진한 사랑...’ 요즘 말로 남녀간의 섹스를 옛날에는 피를 섞는다고 표현했는데,이제 피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까? 뭔가는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과 함께 위화는 1960년생이니 쉰살 밖에 안된 작가가 인생을 달관(達觀)한 사람처럼 이야기를 슬슬 풀어가서, 소위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소설가란 천부적인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상으로 우리나라도 1970년 중반까지는 매혈이 성행했다. 지금이야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나 각종 전염병이 성행하면서 아무런 검사 없이, 그리고 보건당국 허락이 없으면 피를 사고 파는 행위가 금지 됐지만…. 어렵다고 스스로 목숨을 어찌하고….
이런 비극적인 소식은 있어도 아직 우리 주위에 피 팔아서 아파트 관리비 내고, 쌀 판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으니, 미국보다 우리가
형편이 낫다는 것인지, 아니면 과문(寡聞)한 탓으로 돌려야 할런지...
오는 7월에 작가 위화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아는 사람을 통해 그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벌써부터 참으로 기다려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