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정홍택)은 26∼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김기(1929~) 감독 초대전을 마련한다.
29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김기 감독은 64년 「동백아가씨」로 데뷔해 87년 「유정」까지 8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백아가씨」와 「여로」(73년),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한 「상처」와 「청춘의 덫」 등을 히트시키며 한국적 멜로드라마의 전형이 되어온 영화 연출가다.
흥남화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 당시 단신으로 월남한 그는 「삼등과장」, 「육체의 문」 등으로 알려진 이봉래 감독의 조감독으로 충무로 생활을 시작한다.
7년간의 조감독 생활 끝에 처음 메가폰을 잡은 「동백아가씨」는 당시 흥행기록에서 2위 영화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대박'을 터뜨린 영화. 신성일과 엄앵란, 황해가 호흡을 맞춘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인 이 영화는 주제가를 불렀던 무명가수 이미자를 스타로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이후 「여자가 고개를 넘을 때」, 「첫사랑」, 「남매」, 「연상의 여인」등의 멜로영화와 공군영화 「성난 독수리」 등을 연출한 김 감독은 「여로」로 전국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TV 연속극으로 인기를 끌었던 「여로」를 감독은 드라마와 같은 캐스팅(태현실, 장욱제)으로 영화화해 당시의 '여로 신드롬'을 이어나갔고 이듬해인 74년 속편까지 제작한다.
70년대 후반에도 「형사 배삼룡」, 「상처」, 「청춘의 덫」 등으로 계속 인기를 모은 김 감독은 80년대 후반까지 「겨울사냥」, 「남과 북」, 「화녀촌」 등을 연출하며 활동을 계속했다.
이번 초대전에는 김자옥ㆍ이영하 주연의 「상처」(78년), 원미경의 영화데뷔작 「남과 북」(84년), 「화녀촌」(85년), 「청춘의 덫」(79년), 「병사와 아가씨들」(77년) 등 다섯 편의 영화가 매일 한 편씩 소개된다. ☎(02)521-3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