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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파경

이창식 주필

진나라가 멸망하기 직전 왕을 모시던 관리 서덕언은 거울을 둘로 쪼갠 뒤 아내 낙창공주에게 주고, 1년 뒤 수도 장안에서 만나 거울을 맞추어 보기로 했다. 589년에 진나라가 멸망하자 낙창공주는 포로가 되어 수나라 문제(文帝)의 오른팔인 양소에게 넘겨졌다. 겨우 목숨을 건진 서덕언은 일년 뒤 장안으로 갔는데 깨어진 거울을 금화 열냥에 사라고 외치는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를 거처로 데려다 거울을 맞추어 보았더니 딱 들어맞았다. 서덕언은 온전하게 된 거울을 주어 돌려보냈다. 거울을 받은 낙창공주는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하였다. 사연을 알게 된 양소는 그녀를 남편에게로 돌려 보냈다. 생이별했던 부부가 다시 만나는 것을 파경중원(破鏡重圓)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사정은 다르지만 최근의 개성공단 사태가 파경 지경처럼 보인다. 지난 주말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우리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6.15를 부정하는 자들에게 6.15의 혜택을 줄 수 없다”며 저들이 통치한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개성공업지구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개성공단에는 우리 기업 100여 개가 입주해 있고, 북한 근로자 3만9000명이 월평균 73달러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연간 총소득이 3천400만달러가 넘는다. 대외교역규모가 30억달러에 불과한 북한으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외화벌이인데 웬 변덕일까. 아마도 MB정부는 물론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미국 오바마 정부마저 만만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심술카드’를 들고 나온 것 같다.

국가 간의 약정을 이런 식으로 깨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슨 혐의로 가두었는지는 모르지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우리 정부의 면접조차 허용하지 않고 재판에 회부한다는 것은 인도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게 되면 남북은 단절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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