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행정부, 정치권, 경제계,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네티즌 등 각계각층은 갑작스런 서거 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면서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각 정당과 경제단체, 종교계 등은 공식 논평을 잇따라 발표해 애도의 뜻을 표했으며, 네티즌과 시민들 그리고 고향인 김해 봉화마을 사람들도 절절한 추모의 정을 드러냈다. 평소 이념 갈등이 있었던 시민단체나 학계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한 마음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은 “농촌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며 퇴임 직후 고향인 봉화마을로 낙향했지만 그 역시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최고의 권좌에 오르기까지 도덕성을 최대의 덕목으로 삼아왔다는 점이 오히려 ‘결백’의 표시로 자살을 선택한 배경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파란만장했던 영욕의 삶을 마감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강도는 더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칼날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수난과 비운’으로 얼룩진 전직 대통령의 역사는 또 다시 불행한 기록을 추가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국면에서는 친노(친 노무현)세력 등 야권에 도덕적 부담이 될 소지가 있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야권이 공세로 전환하면서 정국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종료를 선언했지만 ‘박연차 게이트’를 둘러싸고 야당이 당장 특검 실시와 국정조사 등을 요구해 쟁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이 같은 국면의 흐름이 6월에 예정돼 있는 여야간 미디어입법 갈등과 연계될 경우 정국의 소용돌이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야권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총공세에 나설 경우 전직 대통령 서거라는 ‘국가적 불행’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역풍을 피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국민 모두가 애통해 하고 있다. 지금은 여야와 보수·진보 진영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적 노선을 초월해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국민의 충격과 아픔을 어루만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