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법상의 인민재판을 민회(民會:comitia)라고도 한다. 재판권을 가진 일정한 사건에 대하여 인민집회가 행한 재판을 일컫는다. 처음에는 구두변론 형식에 의하여 절차가 진행되었지만 뒤에는 비밀투표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이후 인민재판은 점차 제한되었고, 제정기(帝政期)에 완전히 없어졌다.
사회주의국가의 인민재판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재판을 민중이 뽑은 자의 손에 맡겨 대중 앞에서 그들을 배심으로 심리·처결하는 재판이다. 말이 심리·처결이지 이미 결론이 난 결정을 아무런 변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집행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반대자를 공공연히 처단함으로써 일반대중을 위험과 공포분위기 속에 몰아넣어 정권에 순응시키려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서울 한복판에서 인민재판이 일어 났다면 믿기겠는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열린 29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일부 추모객들이 60~70대로 보이는 노인 1명을 둘러싸고 집단적으로 매우 심한 욕설을 퍼붓고 몸으로 밀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네티즌을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 매체 ‘프리존뉴스(www.freezonenews.com)는 ‘우르르 몰려가 노인에게 욕설·삿대질… 인민재판 열린 서울광장’이라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청년과 노란색 모자를 쓴 일부 시민들은 60~70대로 추정되는 노인 1명을 둘러싸고 “이 양반아, 나이 먹었으면 나이 값을 좀 하라고”, “당신은 선거하지마! 박정희? 그 XX새끼가 존중할 놈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동영상에서 노인은 청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으면 말로 합시다. 조용히 이야기합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검은 양복을 입은 청년은 “그래, 이야기 해봐! 내 들어줄테니까”라고 하더니 이내 “니 머리에 뭐가 들었냐고. 나이를 따질 것 없어. 당신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 다 말아먹었어”라며 험한 말을 했다.
동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인민재판’이라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일부는 “어른에 대한 일말의 존중심도 없는 패륜적 행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극악무도한 광기가 패륜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