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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또 영리 의료법인인가

시장논리 적용하기엔 위험
공공의료 보장범위 확대 우선

 

최근 영리의료법인 도입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질긴 화두중 하나다. 영리법인 이야기는 이해관계에 따라 학자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사실 영리의료법인 논쟁은 해묵은 것이고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니다. 외국의 사례가 적지 않고 여러 학자들이 사례들을 수없이 소개했기 때문이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찬성하는 쪽의 주장은 간단하다. 의료기관간 경쟁을 촉진해 질 높은 의료혜택과 함께 의료비도 내려가게 될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이같은 논리대로만 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의료분야는 공공성이 강한 분야로 시장 논리만을 적용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다.

첫째, 영리의료법인은 본질적으로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비록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영역이지만 자본에는 그러한 구분이 없다. 아무리 필수적인 의료부문이라도 돈이 되지 않는다면 외면할 수밖에 없다. 도덕이나 윤리와는 다른 차원이다. 따라서, 영리법인의 1차적 영업 타겟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시설과 장비, 편의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급화, 고액화 전략은 당연히 국민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이 부문에 대한 저소득층의 접근성을 제한해 의료의 양극화를 가져온다.

둘째,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의료의 질을 높이기보다 이익 지향이다. 시간과 노력 등 힘들고 위험이 따르면서 돈이 되지 않는 의료 분야는 홀대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로 이 분야가 필수 의료분야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영리법인 의료기관이 비영리·공공의료기관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 낮다는데 이의를 다는 연구자는 없다.(미국의 시사주간지 ‘US News and World Report’에서 매년 의료기관 질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데 10위 이상의 상위그룹 모두 공공병원 및 비영리병원이다).

국내 의료기술 수준은 세계적이다. 의료계에서도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높은 의료기술은 최근 국내병원들과 관광공사가 비즈니스를 구축, 의료와 관광을 묶어 의료관광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 내에서도 의료기술의 경쟁과 효율성이 높게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국내 5대 메이저 병원이 앞 다투어 최고의 의료진 확보, 최신 기계 장비 도입, 병상 증설 등 차별화를 기하고 있지 않은가? 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오히려 필수 의료기술을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은 이미 밝힌 바와 같다.

셋째, 영리의료법인의 도입이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은 왜곡이다. 의료서비스 시장은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다. 인건비 비중에 의료기관의 수익구조가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영리법인체제에서는 인건비 비중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생사를 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돈이 되지 않으면서도 힘들고 위험한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을 회피하고, 가급적 의료 인력을 감축과 함께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선호해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밖에 없다.

미국, 영국 선진국들의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 간 의료인력 고용상태를 비교 연구한 결과에 이러한 사례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영리의료법인 찬성론자들은 관광과 의료를 접목시켜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의료관광과 영리의료법인은 아무 관련이 없다.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지 않은 현재의 우리나라 건강보험체제하에서도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고 의료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런데도 영리 의료법인 찬성론자들은 마치 외국인 환자 유치와 영리 의료법인이 무슨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아무 상관이 없는 두가지를 묶어서 이야기 하는데 이것은 사실의 왜곡이다.

나는 모든 의료를 공적분야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쟁과 효율의 시장 기능과, 국민의 선택권 보장이 필요한 부문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수의료 부문에 대해서는 공공분야에서 책임을 지는 수준으로 공공의료시설을 충원하거나 보장범위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린 다음 영리법인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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