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전 수원미술계는 거대한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현재 수원미술계는 경기도 화단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만큼 성장, 발전했다. 한국미협 수원지부에 소속된 회원만도 약 170명에 이를 정도.
수원 미술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미술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 석자가 있다. 사단법인 '한국 미술협회 수원지부'를 설립한 주인공, 원로화가 김학두(1924∼)씨다.
그가 올해로 산수(傘壽·여든살)에 들었다. 이를 기념해 한평생 그림과 함께 한 삶을 조명하기 위한 '김학두 팔순기념미전'이 25일까지 서울갤러리에서 마련된다. 이어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도 기념전이 열린다.
수원미술전시관에서의 전시는 팔순을 맞은 이 원로작가가 수원미술에 끼친 공로와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시관측이 '2003년 올해의 작가'로 그를 선정, 기획전시회를 갖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중학교 교장을 역임한 작가가 정년 후 10여년간 작업한 작품 80여 점이 선보인다. 여행이나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인상들을 작가만의 주관과 상상력으로 작품화했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작가만의 작업세계가 엿보인다.
김학두라는 화가를 말할 때 '교육자로서의 삶'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청주에서 태어난 김씨가 수원에 정착한 것은 1950년대 후반. 오직 그림에 대한 집념으로만 가득했던 그는 청주 사범학교 졸업과 동시에 서울대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1958년 수원여중·고 미술교사로 전근을 오게 된 김씨는 이후 수원에 정착하게 됐다. 그 때부터 시작된 수원생활은 교육자로서의 삶과 함께 이루어졌다.
전남대 윤애근 미대학장, 이화여대 한승재 미대교수, 화가 민정숙, 이선옥, 송강유 등 한국미술계를 이끌어 가는 많은 작가들이 그의 제자다.
당시 그가 수원에 정착했을 때 수원은 미술계의 불모지였다. 수원지역 미술인이 적지 않은 현실속에서 그는 미술인들을 하나둘 모아가며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이 지역 미술계의 큰 스승이 됐다. 1966년 미술협회를 창립했고, 2대에서 5대까지 지부장을 연임했다.
팔순을 맞은 김씨의 작품은 풍경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그가 어린시절 나고 자란 고향이 사면이 내륙으로 둘러싸인 충북 청주였기 때문이란 부분도 크게 작용한 듯 하다. 그의 작품에는 들판과 짐승, 나무와 꽃들이 주된 소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자연은 보여지는 데로가 아닌, 작가가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인상들이 이입돼 있다. 작품 '용주사의 달밤'은 오염되지 않은 용주사 주변 풍경들을 통해 즐겁게 살아가는 인생을 논한다.
'매화와 달'은 이른봄 보름달 아래 비치는 매화의 아름다움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듯 묘사하고 있다. 서로 엉키듯 존재하는 나뭇가지, 새, 달빛 등은 인간과 자연은 서로 엉켜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80년대 그림에서는 추상성이 많이 가미된 점이 특징이다. 특히 동시성을 갖는 한 시점의 풍경이 아닌, 다시점(多視點)의 풍경과 시간차를 둔 자연과 우주의 충만한 기운을 작품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이 같은 작품경향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파란 하늘 위를 나는 흰말, 수많은 별들, 푸른 물위에 떠 있는 집들이 그림에 등장한다. 때묻지 않은 동심같은 마음을 팔순이 된 원로화가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을 두고 수원미협 이석기 지부장은 "그는 한국의 샤갈"이라고 표현한다. "김학두 선생의 그림은 미학과 철학을 통해 나름의 작품세계에 의미를 부여해 표현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상념을 표현하는 '자동기술법'과 초현실적 요소, 천진함 그리고 다시점과 시간의 흐름 등은 '샤갈' 그림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또 "어쩌면 그는 영원한 이상향을 찾는 '어린왕자'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정수영 기자 jsy@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