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의 회의를 진행하느라고 매번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게 된다.
수주한 과업이 발주처에서 제공한 과업지시서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하다 보면 회의시간 만큼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연구위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회의의 활력소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연구위원 중 한 교수는 학과의 통합하는 과정에서 교과 과정에 ‘사장학’이라는 과목을 새롭게 편성했다고 한다.
그는 ‘사장학’이라는 과목을 개설한 취지에 대해 경쟁력 있는 교과 과정 모색과 더불어 대전에서 치킨집 운영과 몇 번의 사업실패를 거듭하면서 식구들과 지인들에게 안겨준 깊은 상흔(傷痕)에 대해 제자들만큼은 시행착오를 줄었으면 한다는 이유였다.
필자는 그 교수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대학의 교육 과정이 ‘과연 현장에서 요구하는 목소리에 충실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한국 최대의 종합 교육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2008년 대학진학률이 83.8%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 반면 대졸자 취업률은 77.2%로 경제협력기구(OECD)의 평균 84.4%보다 낮은 수치다.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도 55개국 중 53위로 최하위를 차지하는(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발표)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학 교육의 현 주소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최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기업에 채용된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능력이 ‘기업 요구수준에 부합하지 않다’가 69.3%로 나타났으며,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서도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이 입사 후 실무에 투입되는 데 평균 19.5개월이 걸린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대학교육이 기업과 사회변화의 흐름에 대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이 기업의 요구를 읽지 못한 결과이다. 이제는 교육을 담당하고 공급자인 대학이 답해야 할 때이다.
각종 지표들은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직업능력과 거리감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동안 대학에서 배출되고 있는 인력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인 ‘직무에 대한 전문능력’과는 괴리가 많다는 지적으로 필자는 받아들인다.
이러다 보면 기업에서 대학교육의 불신이 깊어질까 우려된다.
필자의 우려는 국내의 기업회장이 ‘대학이 불량품을 생산한다’고 지적했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위협으로 느낀다.
대학은 위임된 자율권을 백분 활용하여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들을 양질의 상품으로 만들어 취업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기를 바란다. 물론 요즈음 산·학·연 연계강화로 공동 연구개발이 ‘기업 프렌들리’의 대표적인 모델과 대학의 힘입어 성공한 중소기업도 나름대로 있다.
필자는 일례로 몇 해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우수한 인재상을 육성하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대학 교과내용을 일선의 경영관련 교수들에게 주문했던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연합회에서 개설되기를 바라던 교과내용은 창의적 사고력, 자기관리법, 리더쉽, 비즈니스 예절,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 기획·문서 작성과 프리젠테이션, 문제해결기법, 기업실무 등으로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경영관련 신설학과에서는 이러한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교과내용에 대한 원칙을 간과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경기침체 속에 취업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대4병을 앓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이 몸소 실천할 때이다.
대학들의 산업계 요구를 경청한다면 절박한 대졸자들의 힘겨운 직업 찾기가 훨씬 손쉬워지리라 필자는 본다.
끝으로 필자는 교과과정으로 입시홍보와 교과과정이 실린 팜플릿을 중소기업에 보내 취업률 향상을 꾀하겠다는 그 교수의 계획이 가까운 시일 안에 좋은 결과로 접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