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2 (일)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사설] 허술한 사회에서 병역비리 터진다

요즘 국회에서 정부 주요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표절에 덧붙여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병역비리가 주요 관심사가 돼 왔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에는 고위공직자와 가족들 중에서 병역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의아해 했으며 ‘합법적인 병역기피’가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곤 했다.

병역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신종 수법인 환자 바꿔치기를 이용한 병역비리를 적발했고 고양시 일산경찰서도 프로축구선수, 연예인, 프로게이머 등이 포함된 204명에 대한 병역기피 혐의를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은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공익근무 판정을 받도록 만들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때 환자와 병역기피 대상자를 연결시켜주는 데는 ‘병역 연기 사이트’라는게 이용됐다니 놀랄 일이다. 일산경찰서가 적발한 병역기피 사례에서는 멀쩡한 어깨를 수술해 면제 등을 받는 전통적 수법이 동원됐다고 한다.

병무행정을 책임지는 병무청이 병역기피자에 대한 해외여행 제한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병역기피자 등 155명이 해외여행 제한명단에서 무더기로 누락되기도 했다. 감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이러한 내용의 ‘병역자원 관리실태’ 감사결과는 충격이었다. 병무청은 또 2007~2008년 고의적인 신체손상으로 병역면탈이 의심되는 35명에 대해서도 해외여행 제한조치를 하지 않았다.

병역비리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다. 그때마다 당국은 엄중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하지만 부정, 비리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병역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제아무리 치밀하게 만든다 할지라도 병역을 기피하려는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한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병역비리 백태는 사회지도층이 국가적 의무를 앞장서서 떠맡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건 어디로 갔는지 개탄하는 소리도 많았다.

그래서 한때 고위공무원,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고액 재산가, 연예인, 운동선수 등 사회지도층의 병역 의무를 관리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런 제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병역의 의무를 마치는 사람들은 이러한 병역비리가 판치는 세상을 허술한 사회의 일면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