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이 한달 남짓 남았다. 도내에서는 수원장안구와 안산상록을구 두 곳이다. 수원장안구는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안산상록을구는 한나라당 홍장표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루게 됐다. 중도하차한 두 의원으로서는 할말이 없지 않겠지만 선거구민들은 보궐선거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세상에 대한 기대나 희망보다는 좌절과 절망이 앞서는 판국인데도 국회는 파행하고, 국회의원이 선거법을 위반한 탓에 돈 들고 시간 빼앗기는 보궐선거나 되풀이하게 되었으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2명의 국회의원이 낙마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두 선거구는 각 당마다 공천 경쟁으로 후끈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거물급 후보를 내세우는 전략공천이 무의로 끝나자, 도토리 키재기식의 떼거리 공천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치 불신은 하늘을 찌르는데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정치 지망생은 날로 증가하고 있으니 괴이한 일이다. 각 당의 공천 희망자 면면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가 불분명한 인사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장안구나 안산상록을구와는 이렇다할 인연도 없고, 일찍이 그곳에 산 적도 없는 낮선 ‘나그네’들이 슬며시 거처를 옮기고 ‘장안구 사람’, ‘안산상록구인’이고자 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다. 따라서 지역성과 토착성, 향연(鄕緣)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선거구민의 정치 안목이 낮아서가 아니다. 성도 이름도 모르고 과거 경력과 향후 비전도 분명치 않은 사람에게 표를 던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정당은 후보를 내정했거나 확정지운 상태이고, 한나라당은 예심을 통과한 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중이다. 어느 쪽이든 추석전까지는 공천자를 확정지울 전망인데 공천자 확정이 보궐선거 채비의 완료는 아니다. 보나마나 공천에 불복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비신사적’ 인사가 몇인가는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당인은 당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당 결정에 따르는 것이 도리다. 사욕 때문에 당을 버린 인사치고 잘된 사람은 없다. 일부 있었다하더라도 성공한 정치인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또 한가지 각 당 후보가 명심해둘 것이 있다. 수원장안구나 안산상록을구는 ‘철새도래지’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도전한다면 그는 축배 대신 고배를 들고 말것이다. 세상에 공 안드리고 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