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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이산가족

안병현 논설실장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 국민들은 가족끼리 헤어져 살아야 하는 모진 삶을 영위한다. 남의 가족은 남북으로 갈라져 북의 가족을 만날 수 없다. 북도 마찬가지다. 실로 2년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중단된 지 약 1년 11개월 만이다. 추석을 맞아 지난 26일 육로로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남한측 방문단 97명이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재북가족 240명과 만나 꿈에도 그리던 얼굴을 확인하고 포옹하며 감격과 회한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들은 첫날 단체상봉을 한 데 이어 27일에는 개별상봉 등의 일정을 갖고 28일에는 작별상봉을 한 뒤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도 없이 헤어졌다.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사흘동안은 북측의 이산가족 방문단 99명이 재남가족 449명과 상봉한다.

이번 상봉에서 남한의 최고령 정대춘(95)씨는 북에 살고 있는 막내아들 완식(68)씨를 무려 60년 만에 만났다. 고향인 황해도 평산과 서울을 오가며 사업을 하던 중 6.25 전쟁으로 헤어지게 된 정씨는 신경이상으로 손을 떠는 막내아들을 쓰다듬으며 안타까워 했다.

1.4후퇴 때 아내와 세 자녀를 고향 개성에 두고 혼자 남으로 내려왔던 윤기달(89)씨는 큰 아들과 두 딸을 만나 처음엔 어리둥절하다 곧 알아보고는 “이 어린 자식들을 두고... 내가 이 대가를 어떻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에 상봉의 꿈을 실현한 남한의 방문단 97명은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상봉신청자 12만7천여명 가운데 생존자 8만7천586명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추첨에 의해 뽑힌 행운아들이다. 상봉신청자 가운데서 벌써 4만명 가량이 가족을 만나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뜬 셈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이산의 한을 한명이라도 더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핵이나 개성공단 등 경협, 인도적 물자지원, 남북관계 등 어떤 명제에도 앞서는 천륜이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26일 단체 상봉이 끝난 뒤 있은 만찬행사 답사에서 “남과 북에 아직도 상봉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수많은 고령 이산가족들이 돌아가시고 있다”며 “이제 남북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역설한 발언을 상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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