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지음. 문학과경계사 刊. 288쪽. 9천500원.
빛 바랜 추억처럼, 먼지 쌓인 책장 속 한 귀퉁이에 꽂혀있는 낡고 오래된 시집. 오늘 시인 박영희가 이 시집들을 꺼내 독자들에게 읽어준다.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문학과경계사 刊)는 저자가 지난해 인터넷 한미르에서 강의한 시론을 보완해 엮은 책이다.
먼저 시를 쓴 선배들의 발자취를 찾아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던 시인은 그만 밤잠을 설쳐야 했다. 그리고 '문학의 위기론'이 판을 치는 암담한 현실속에서 낡고 오래된 시집을 다시 읽음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됐다고 밝힌다.
아마도 저자인 시인은 문학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바로 선배들의 정신속에서 찾고자 한 것일 게다.
시 개론과 평론 담아
박영희가 쓴 '오늘, 오래된…'는 일제시대 '주요한'과 '한용운'에서 유신시대의 '고은'과 '김남주'에 이르는 민족시의 흐름을 시대상황과 시인의 생활사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책 구성 또한 강의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첫 번째 강의인 '시는 문학의 꽃인가'를 시작으로 마지막 강의 '서정시가 어려운 시대'에 이르기까지 총 23회 강의분을 실었다.
그 전반부는 철학(가)과 시(인)의 관계, 시와 시대의 관계를 통해 풀어놓은 시의 개론서 혹은 일반론 정도에 해당된다. '시는 문학의 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저자는 '시는 존재의, 정신의, 악의 꽃이다'라고 말한다. 김광섭의 '비 개인 여름 아침'부터 릴케의 '고독한 사내' 등을 인용해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후반부는 '가장 춥고 가장 뜨거운 존재'인 시인들이 일제강점기에서 유신시대까지 시대의 고개 고개를 어떻게 넘었는지 들려주고 있다. 시 평론집 정도에 해당된다.
일제시대 쓰여진 대표적 시들인,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육사 '절정', 심훈 '오오, 조선의 남아야!' 등을 통해 가장 춥고도 뜨거운 시를 소개한다. 또 70∼80년대 참여시인으로 알려진 김관식, 고은, 김지하, 신경림 등의 시를 통해 시인들이 얼마나 적극적이며 열정적으로 힘든 시대의 고개를 넘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인 시인은 시대와 더불어 맞서온 시인들을 통해 (민족)문학의 갈 길을 찾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딱딱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시인은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거나 들어봤음직한 시들을 인용하면서 시가 쓰인 시대 상황을 소개하는 것을 빠트리지 않는다. 또한 시인의 생활사와 시인에 얽힌 일화를 예로 들어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늘 걷는 사람, 박영희
돌아보면 우리 역사는, 우리 문학사는 90년대 고개를 유독 넘기 힘들어 했던 듯하다. 시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을 시인은 바깥세상과 격리된 담장 안에서 보내야 했으니까 말이다.
박영희는 '역사가들도 스치고 말았던'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 광부징요사를 서사시로 담기 위해 일본에 가서 징용의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북에 남아 있던 자료를 구하기 위해 1991년 10월 북한을 방문, 그 이듬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돼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
그러나 시인은 감옥에서 본격적으로 문학공부를 해아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시집과 소설 200여 권과 김소월에서 신동엽에 이르기까지 박사학위 논문들을 읽은 것이다.
이하석 시인은 그를 가리켜 '늘 걷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곧 "박영희는 세상일을 온몸으로 따지는 사람이며, 그만큼 열심히 세상일에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민족문학에 대한 박영희 시인의 시선은 건강하고 떳떳하다. 민족문학을 말할 때, 작가의 양심과 실천을 빼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시인. 그 믿음은 바로 우리 민족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정수영 기자 jsy@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