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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조령모개

이창식 주필

행정안전부가 당초 발표했던 6개 지역 ‘행정구역 통합안’을 이틀 만에 뒤집었다. 안양·군포·의왕, 경남 진주·산청을 대상 지역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국회의원 선거구에 영향이 있어서란다. 취소된 안양·군포·의왕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안상수 의원의 선거구의 반쪽인 의왕시가 들어 있다. 당초 통합안대로 확정되면 안 원내대표의 선거구인 과천·의왕은 두 토막이 되고 만다. 안 원내대표는 친이계로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을 원내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MB로서는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기도 하지만 놓쳐서도 안될 정부와 국회 간의 교두보 담당자다.

그런데 행안부 장관은 대의(大義)만 생각했는지 그의 선거구를 건드리고 말았다. 안 대표는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여론조사는 행정편의주의라면서 반드시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며 행안부 통합안에 제동을 걸었다. 안 대표 한마디에 이달곤 행안부장관은 이틀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한마디로 조령모개(朝令暮改)의 전형이자, 조삼모사(朝三暮四)식의 잔꾀다. 한(漢)나라 문제 때 흉노족의 잦은 침범을 막기 위해 군사들이 농사를 짓는 둔전제도를 실시했다. 이는 부수상격인 조착의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농민들은 농사 짓는 것만으로도 힘겨운데 관청 부역에다 조세와 부역이 정해진 때도 없이, 아침의 명령이 저녁에 바뀌니 이는 ‘조령모개’입니다”라고 했다. 송나라의 저공은 많은 원숭이를 길렀는데 먹이가 부족해 줄 수 없게 되자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래서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준다니까 원숭이들이 만족했다는 것이다. 저공으로서는 잔꾀로 위기를 모면한 셈이지만 결국은 원숭이를 속여 먹은 것이니까 떳떳한 일이 아니다. 안양·군포·의왕 시민들의 감정은 묻지 않아도 알만하다. 아마도 겉으로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지만 내심으론 “우리를 바지 저고리로 아느냐”며 화나 있을 것이다. 행안부는 입이 두 개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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