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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누구를 원망하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엄친아’라는 말이 유행이더라. 알고 봤더니 ‘엄마 친구 아들’의 줄인 말인데 처음엔 엄마 친구의 아들 누구 누구는 공부도 잘하고, 하는 폼새도 예쁘고, “너도 좀 닮아라” 이런 비교의 기준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이제는 부모들이 바라는 이상적(理想的)인 아들, 끝내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완벽한 존재를 상징한다.

엄친아의 스펙은 높은 토익이나 토플 점수, 해외 어학연수 경력, 명문대 학벌과 거기에 바른 예의, 뛰어난 외모, 큰 키, 참으로 까다롭다. 이처럼 내적, 외적 조건을 모두 갖춘 자식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크게 부러워 할 일이 아니다. 캥거루족이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 취업을 해야 할 나이에 모든 걸 부모에게 의지하는 젊은이를 말한다. 가까운 곳에는 외출옷이 트레이닝복이고, 자주 출입하는 곳은 DVD대여점, 그리고 동네 슈퍼마켓... 하루 종일 방안에서 빈둥거린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다. 혹시 이런 고약한 습성을 어릴때부터 부모가 방조(傍助)한 건 아닌지? 자식이 둘도 셋도 아니고 하나 밖에 없다 보니,지나치게 감싸줘서 그 것이 버릇으로 굳어 버린 건 아닐까?

영국에서 이런 캥거루족을 가리켜 부모의 퇴직연금을 좀먹는 아이(Kids in Parents’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라고 해 가장 몹쓸 사람으로 취급한다. 우리말로 한다면 사지가 멀쩡한 게... 쯧쯧! 불면 날아갈 세라, 쥐면 터질 것 같아서... 이런 과보호는 아이가 성장한 뒤 심지어 며느리를 결정할 때도 조건과 취향(趣向)을 파악해 계속 만날지 여부를 결정하고... 심지어 결혼후에 비공식 재정(財政)담당이 돼 무슨 펀드가 수익률이 좋고, 어느 은행이 예금 이자가 높고... 모든 걸 부모님 결정이 있어야 안심하는 자식! 물론 조언(助言)이야 할 수 있지만 ‘밤 놔라, 배 놔라’하듯 결정하는 건 결국 자식을 캥거루족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헬리콥터 부모란 말도 있다. 이것은 자녀 주위를 맴돌며 사사건건 시시콜콜 크고작은 문제에 관여하는 극성 부모를 말한다. 대학에 들어간 자녀들의 기숙사 방 배정할때, 햇볕이 잘 들고, 소음이 없는 곳을 학교당국에 요구하는 부모도 있고, 심지어 룸메이트 선정에도 압력을 넣는다고 한다.

요즘 수강신청할때 부모와 함께 등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하는 걸 보면, 이 같은 이야기가 과장된 게 아닐 듯 싶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설마(?) 이런 의문을 가졌지만 소개한다. 부모가 사법고시를 일찍 준비하도록 설계하고 군복무 일정과 휴학시기를 전부 조절하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신림동 학원도 직접 물색을 하고 하여간 극성의 대표였다고 한다.

부모님들의 주책스러운 애정에 힘입어 무사히(?) 더구나 좋은 성적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어느날 연수를 받던 아들이 전화를 했단다. 목소리를 낮추어 “엄마(어머니가 아님)! 여기 화장실인데 오늘 높은 사람이 와서 장래 어느 쪽으로 희망하는지 묻는다고 하는데 뭐라고 대답할까?” 이때야 비로소 부모들이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우리가 죽고난 뒤 소위 사후에 아들의 판단력을 크게 걱정하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팥 심은데 팥 난다’는 우리 속담도 있거니와 좋은 말로 가득 찬 성경에도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훌륭한 말이 있다. 누구를 원망하랴. 하기야 공무원들의 부정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싱가포르도 독직(瀆職)이니 비리사건의 원인은 사교육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월급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워 어두운 돈을 거래하는 부모의 비뚤어진 사랑이 배후에 있단다. 결국은 헬리콥터 부모 엄친아를 목표로 하다 보니 캥거루족을 만드는 셈이다. 설정 자체가 무리인 셈이다. 그러나 제도의 불합리, 대학의 자세에도 문제는 있다. 소위 엄마 마케팅이라는 대입설명회나, 입학 오리엔테이션에 옛날처럼 학생만 부르는 게 아니고 학부모도 초청하는 문제, 이것도 고민해 볼 사안이다.

치맛바람이란 한 번 발을 담그면 빼기가 힘든 법이다. 수능을 마친 이제까지 힘들었던 부모님들에게 결과가 흡족하지 않더라도 “다른 건 필요없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옛날 어느 광고의 문안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 몸 성히 잘 자라준 그것이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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