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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김公에게-‘아버지의 눈물’ 통한 회상

 

신간(新刊) ‘아버지의 눈물’ 잘 받았습니다. 새벽 2시까지 졸린 눈을 부비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지금이야 어떤 말보다 더 정겹고 그리운 단어가 됐지만, 늘상 두렵고 어렵고 먹먹한 일반명사(一般名辭) 아버지!

비망록을 찾아 봤더니 1996년9월4일 모(某) 신문에 ‘김公에게’ 이런 제목의 편지형식의 칼럼이 게재됐으니 벌써 1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새삼스럽습니다. 그 해 여름은 퍽 무더웠던 모양입니다. 서두에 “어느 해든지 계절의 한복판에 서면 대부분 인간들은 쓸데없는 투정을 부리기 마련입니다. 기승을 부리던 여름이 자비를 조금 베풀어 서늘하게 해 주면 아직 먼 곳에 있는 가을의 더딤에 눈 흘기고,좀 포근한 겨울이 사나흘만 계속되어도 겨울은 추워야 제 멋인데··· 하여간 인간은 자연에 대해 많은 어리광을 피우며 삽니다.” 이렇게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안부를 물었더군요.

그리고 편지 내용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란 밋밋한 책 제목을 보고 픽 웃었습니다. 제목이 튀어야 책이 잘 팔린다고 하던데··· 그래야만 김公의 지갑이 두둑해질 것이고··· 앞으로 좀 소비적 낭만에서 낭만적 경제인으로 변해 보시오”

그때, 김公의 윗도리는 야전점퍼를 염색했습니다. 검은 염색을 했지만 군데군데 국방색이 엿보였습니다. 그 뒤, 김公의 ‘아버지’는 300만부가 팔리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그 시대가 어땠나요? 1997년 IMF사태는 이제까지 모든 상식의 기반과 가치를 뿌리째 흔들었습니다. 세계 사람들이 놀랐던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고, 또 노인들까지 금니를 뽑아서 줄을 서는 광풍이 불고 지나갔습니다. 보증(保證)이란 제도가 죄악시되었고, 가족의 개념도 ‘경제’가 전제돼야만 했습니다. 모든 것의 기준이 경제, 즉 돈이 우선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는 외면당했습니다. 어떤 집에는 가족과의 갈등의 주범이 아버지가 됐고. 당연히 모든 아버지는 외로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김公의 ‘아버지’ 모든 이들에게 가족, 그리고 아버지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부 까다로운 평론가들은 시대와 잘 맞았다고 트집 잡았지만, 그네들이야 매사 문학적 가치를 문법적 사실에 기준하는 사람들이니 귀담아 들을 필요도 없었고. 적어도 내겐 주인공들의 심리묘사와 상황전개, 당신의 소설가적 이야기꾼의 능력은 최고였습니다.

연극, 영화, 김公은 그때 무척 바빴습니다. 덩달아 나도 자랑스러웠습니다. 신문지상이나 방송에 인터뷰하는 걸 볼 때마다, 밋밋한 제목과 상업성을 연결시킨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중국여행길이었나요?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가 책을 가지고 와 사인을 부탁했을 때, 얼마나 샘이 나던지?

그 뒤, 김公은 꽤나 오랜 시간을 침묵하였습니다.

간접적으로 근황을 들을 때마다 몇 살 더 많은 나이 탓으로 쓸데없는 걱정도 했습니다만, 원체 단련된 삶을 살아온 公이기에 언젠가는 활짝 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유지했습니다. 그때, 솔직히 내 앞가림하기도 힘든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고.

이번 아버지의 눈물은 비슷한 것 같지만, 확실히 다른 모습입니다. 15년의 세월이 흘러 나타난 아버지의 이마엔 더욱 굵은 주름이 새겨 있습니다. 소설은 어딘가 자전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전적인 소설이 더욱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밖에 없고. 강한 것 같으면서, 눈물이 많은 김公의 심경을 나는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약해지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 강한체 하는지도 모르지요. ‘아버지의 눈물’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착한 심성(心性)을 가졌습니다. 작가의 내면이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문이당(文以堂) 가족들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출판업을 요즘 일확천금의 기회 혹은 파산의 유혹이라 부른답디다. 이제 몇 남지 않은 순수문학출판사인 문이당이 이 혼돈의 시대를 잘 견디고 문예사의 뚜렷한 발자취로 남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벌써 주위엔 봄 냄새가 납니다. 겨울이 오면 반드시 봄이 오게 마련이란 말 아시죠? 빠른시일 내 김公의 애창곡 ‘무기여 잘 있거라’ 이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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