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1번째 책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은 사건의 비밀과 열쇠를 모두 쥔 탐정이 스님이라는 이색적인 설정의 소설로, 모두 일곱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소설의 전반부는 작가가 던지는 도전장으로, 후반부는 해답으로 이뤄져 있다.
일본 어느 소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작고 조용한 거리의 스낵바 ‘에이프릴’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이색적인 모임이 열린다.
양복점 주인, 사진관 주인, 비디오가게 주인 등 동네의 알 만한 얼굴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모이는 것은 한 행각승이 풀어놓는 기담을 듣기 위해서이다.
그 지장 스님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온갖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수없이 만났다고 한다.
그 사건들의 이야기를 토요일 저녁마다 ‘보헤미안 드림’이라는 칵테일 한 잔을 마신 후 풀어놓는데, 그저 이야기를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건 이야기를 청산유수로 풀어놓다가 가장 결정적인 해결 부분에서 청중들에게 범인을 맞춰보라며 두뇌 게임을 제안하는 것이다.
떠돌이 수행자의 기담이라면 여기저기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같은 것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이 행각승이 풀어놓는 것은 범인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지방 철도 살인, 접근조차 어려운 바위 동굴에서 발생한 폭탄 살인, 숲 속 저택의 가장 무도회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등 하나같이 기묘한 사건들 뿐이다.
흥미진진하게 기담을 듣던 사람들은 스님이 늘어놓은 재료들 속에서 쓸 만하다 싶은 것들을 나름대로 골라내 이런저런 추리를 펼친다.
하지만 그들이 지장 스님의 수수께끼에 정답을 내놓는 적은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다음 주에는 꼭 정답을 맞히고 말겠다’며 스스로 전의를 불태우게 만든다.
이 책은 주인공이 떠돌이 행각승이라는 의외로운 설정은 이 작품에 더욱 특별한 재미를 부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