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쯤이면 잠자리에 드는 베트남인들은 지난 한 달여 동안 한국의 한 TV 드라마 때문에 늦잠을 자초했다.
늦잠을 부추긴 드라마는 지난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유리구두'(연출 최윤석)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베트남 VTV1을 통해 방영된 이 드라마는 2천만 명이 넘는 베트남 시청자들의 눈을 브라운관에 고정시킨 대표적인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출생과 성장, 사랑과 성공에 얽힌 세 여성의 인생 역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10대 초등학생에서 70대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고른 시청자들을 확보한 최초의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종영(終影)일인 12일 저녁 하노이,호치민시 등 전국 대도시에서는 주인공 윤희 역을 맡은 탤런트 김현주가 병마를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지를 놓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 내기까지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겨났다.
또 마지막 방송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문을 닫는 음식점과 술집도 속출했다.
이 덕택에 만성 교통체증지역인 호치민∼동나이성 구간과 하노이 일부 지역에서는 소통량이 평소의 20%도 안돼 외국인 거주자들이 영문을 몰라 현지인들에게 이유를 묻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못한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국측에 드라마 재방송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비디오 녹화를 한 이웃이나 친척들에게 대여를 부탁하기도 했다.
'유리구두'의 인기는 일반 서민들 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부처에 비해 해외 거주 경험자가 많은 외교부의 경우 방영 당일 외국대사관에서 주최한 공식만찬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간부들이 귀가를 서둘거나 심지어 취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녀들과 함께 사는 모 장관의 경우 '채널주도권'을 장악한 손녀들 때문에 저녁 뉴스를 제대로 시청할 수 없다고 불평할 정도로 이 드라마의 인기는 대단했다.
방영 1개월여 남짓한 '유리구두'가 베트남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그동안 방영된 한국 드라마들과는 크게 다른 인상을 줬기 때문이라고 현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즉 예전의 한국 드라마들의 경우 몇 차례만 시청하면 다음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구성인데 비해 '유리구두'는 이를 상당히 탈피한 데다 주인공역을 맡은 김현주와 김지호가 상대적으로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순수한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라고 현지인들은 설명했다.
명문 하노이 해상대학(Foreign Trade University)을 올해 초 졸업한 뒤 외국인회사에서 근무 중인 하 투 푸 옹(23)양은 "천편일률적인 기존의 구성을 벗어난 데다 낯선 얼굴이지만 신선한 연기를 펼친 여주인공들 때문"이라면서 "여주인공 김현주가 최악의 상황에도 이를 낙천적으로 잘 극복한 것이 큰 인상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또 같은 직장동료인 도 투 히엔(25)양도 "김희선이나 김남주처럼 베트남인들 사이에 잘 알려진 한국 여성 연기자들에 비해 이번 드라마에서 열연한 주인공들은 엷은 화장에 순수한 연기를 펼쳤다"면서 "같은 동양문화권 더구나 유교문화권에 속한 시청자들의 정서를 잘 반영한 번역도 한몫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유태현(柳泰鉉)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는 이날 VTV1와의 회견에서 "'유리구두'가 큰 인기를 끈 것은 무엇보다 양국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 뿐만 아니라 생활양식면에서도 유사성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도 양국의 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우수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