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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아름다운 퇴장

이해덕 논설위원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 이형기(1933~2005)는 자신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히는 ‘낙화(落花)’라는 시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진주농고 재학 중이던 1949년 만 열여섯의 나이에 ‘문예’지에 ‘비오는 날’이 추천돼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등단한 시인이 이 시를 쓴 나이도 고작 20대 초반이라니 놀랍다. 그래서였을까. 시가 너무 감상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너무 일찍 시의 덫에 걸려버렸다”는 말로 대신한 시인도 이제는 가고 없다 문득 이 시가 떠오른 것은 류화선 파주시장이 퇴임을 앞두고 장서(藏書) 1천600여 권을 교하도서관에 기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다. 류 시장은 바쁜 일과에도 다방면의 서적을 읽고 감상문을 시청 홈페이지 ‘감성CEO’란에 올려 시민들과 공유하기를 좋아했다. 기증한 도서목록을 보면 정치 경제 사회학 관련도서 836권을 비롯 역사 철학 등 인문도서 122권, 스포츠와 예술관련 105권, 문학관련 364권, 과학도서 197권 등으로 류 시장의 왕성한 독서열을 짐작케 한다.

파주시를 ‘명품도시’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류 시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으나 아깝게 낙마하고 말았다.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파주를 위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추진해온 일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던 류 시장으로서는 선거의 패배가 누구보다 고통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아쉽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떠나기 전에 장서를 기증하는 등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류 시장은 자신의 집무실 출입문에 ‘The buck stops here.(일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를 걸어놓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시장으로서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으로 시장의 결재란도 맨 앞에 두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앞장섰다. 또 한 때 장관 물망에도 오를 만큼 인정받는 시장이었다. 그런 그였기에 많은 파주시민들도 그의 퇴장을 아쉬워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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