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보통 `해방둥이'라고 일컫는다. 한반도가 일제 지배에서 풀려나던 해에 첫 울음을 터뜨린 세대다.
그러나 이들에게 시대는 평탄함을 선사하지 않았다. 극단적 이념갈등과 비극적 동족상잔이 기다리고 있었고, 혼란과 독재의 험난한 시대를 통과해야 했다. 물론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의 주역이자 수혜자이기도 했다.
언론사 직원의 정년은 대부분 58세다. 다시 말해 해방둥이 언론인들이 올해 모두 정년퇴임을 맞게 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도중에 언론계를 떠난 이들도 부지기수이지만 끝까지 현업에서 활동해온 인사들도 꽤 많이 눈에 띈다.
26일 오전 10시 퇴임식을 가진 KBS의 김상준 아나운서가 그 한 예. 1975년에 방송계에 입문한 김 아나운서는 30년 가까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전파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방송과 우리말' `방송언어연구' 등 저서를 내며 바르고 아름다운 언어생활운동에 앞장섰으며, 뉴스방송 외에 씨름중계방송을 18년 동안 맡기도 했다.
김씨는 퇴임사에서 "우리 해방둥이는 그동안 진양조나 중모리장단으로 한가롭게 지내본 기억이 없이 자진모리나 휘모리장단으로 쉼없이 일하며 KBS를 세계적 공영방송으로 키워왔다"고 회고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KBS에서 올해 정년을 맞는 또다른 인사는 차명희 시청자센터 대외협력 주간과 강태흥 중계기술국 전문항공위원, 이광춘 보도국 심의위원, 길주 홍보실 차장 등으로 모두 80명에 달한다.
차명희 주간 역시 75년에 외국어 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해 9시 뉴스의 앵커 등을 지내며 평생을 KBS와 함께 했다. 이광춘 위원은 69년에 TBC의 기자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뒤 81년 KBS로 직장을 옮겨 아시아총국 특파원, 카메라취재부장 등을 지냈다.
해병대 출신의 강태흥 위원은 85년부터 헬기를 운행해온 항공분야의 베테랑. 그 역시 올해 정년을 맞아 정들었던 내달에 조종간을 떠나게 된다. 81년에 입사해 22년 동안 홍보실을 지켜온 길주 차장도 오는 9월에 퇴임을 한다. 그는 연예인 지망생을 위한 안내서 `나도 이제는 스타'를 출간한 바 있다.
방송사뿐 아니라 통신사와 신문사도 해방둥이 출생이 다수 눈에 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경우 김원호 영문뉴스국 이사대우와 장주석 논설위원실 이사대우가 최근 정든 회사를 떠났다.
김 이사대우는 72년에 동양통신에 입사해 LA특파원, 정치부장, 영문뉴스국장, 논설위원실장 등을 두루 거쳐 최근 연합뉴스 자회사인 연합인포맥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장 이사대우는 70년에 통신기자 생활을 시작해 지방부장, 문화부장, 출판국장, 논설위원실장을 역임한 뒤 역시 최근에 퇴임했다.
김 아나운서의 퇴임사처럼 해방둥이 언론인들은 근면과 성실, 대립과 긴장의 파란많은 시대를 살아오며 한국언론의 토대를 쌓아온 주인공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26일 KBS 신관에서 열린 퇴임식은 종전과 다른 분위기 속에 진행돼 눈길을 모았다.
과거의 퇴임식이 퇴직자를 모아놓고 사장이 간단한 인사말을 했다면 이번 퇴임식에서는 퇴직자대표(김상준 아나운서)가 임직원은 물론 가족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들의 감회를 퇴임사로 들려주고, 후배대표(오유경 아나운서)도 송사로써 아쉬움을 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아나운서는 "이런 퇴임식은 KBS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달라진 기업문화의 신기원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고마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