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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에 숨은 권력과 욕망

"천자문이라는 신화와 욕망의 세계에는 권력과 지배의 담론이 꿈틀거린다".
김근 서강대 교수는 「욕망하는 천자문」(삼인 刊)에서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해 언재호야(焉哉乎也)로 마감하는 천자문을 통해 문자의 기원을 분석하는 한편 더 나아가 문자에 스며든 신화와 권력 담론을 끌어내고 있다.
천자문에 권력 담론이 있다니? 하지만 김 교수에게 천자문은 신화와 권력, 따라서 욕망이 꿈틀대는 '소굴'로 해석된다.
김 교수는 "「천자문」이 엮어놓은 특정한 코드를 통해서 그 의미를 분석하는 동시에, 그 영향 아래 우리의 사유방식, 우리 사회의 문화와 행동의 관습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 정신적 얼개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유의할 것은 이번 책은 천자문 자체에 대한 해설이라기 보다는, 천자문을 대표주자처럼 내세워 한자에 숨어 꿈뜰대는 상징성 전반을 분석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에게 이러한 작업이 가능한 것은 한자란 청각성(字音)과 함께 시각성(字形)을 동시에 함유한 상징 부호이기 때문이다.
사언(四言) 시로 이뤄진 천자문 구절 중에 '배회첨조(徘徊瞻眺. 배회하면서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생각한다)'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조망한다, 바라본다는 뜻으로 쓰이는 眺(조)라는 한자에 대한 김 교수의 접근방식은 이렇다.
"눈 목(目)과 함께 이 글자를 구성하는 조(兆)는 원래 점을 치기 위해 거북 등껍질이나 사슴 어깨뼈 같은 갑골에 불을 지져 생겨난 균열 모양을 본뜬 글자입니다. 따라서 眺는 '불규칙한 시선으로, 삐딱하게 바라보다'가 됩니다".
천자문에는 '첩어적방(妾御積紡)'이란 구절도 있다. 부인과 첩은 길쌈을 한다는 뜻인 이 구절에는 길쌈과 여성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기능이 들어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해석이다.
다시 말해 이 구절에는 여성들에 대해 자신의 실존을 포기하고 남성과 같은 어떤 타자(他者)나 사회질서에 의지하고 순종하는 의식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개개 문자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구의 조합에서 김 교수는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와 윤리를 우선시하고 개인의 개성은 억압하는 집단 이데올로기"를 발견해 낸다.
이번 연구성과는 "수천년 동안 중국을 중국답게 지탱해주는 힘은 한자에서 나왔다"는 요지를 담은 「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민음사.1999)를 계승한 후속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김 교수는 고대 중국의 정치와 문화가 "문자와 더불어 시작하고 문자에 의해 축조된 것으로, 문자를 통해 사물의 속성을 규정하고, 사물의 질서 속에 편입시켜 통제했다"라고 강조한다. 728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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