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29일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부동산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실제 내용을 꼼꼼이 살펴보면 정부가 내세우는 것과 같이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인지,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겠다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부분을 살펴보자.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DTI규제 완화로 실수요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DTI규제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DTI규제는 대출을 받는 사람의 상환능력을 평가해서 대출을 해주자는 제도로서 금융기관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안전장치이다.
지금까지는 지역과 평수에 따라 소득의 40~60%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9억 이하 주택에 대해서 소득의 100% 혹은 그 이상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집을 마련하고 싶어하는 일반 소시민의 꿈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렇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무차별적인 빚을 권하는 것은 정상적인 대책이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집값을 안정화시키면서,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저소득층일수록 대출조건이 열악한 현실을 반영해 저금리의 장기대출을 뒷받침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번 대책에서 금리에 대한 부분은 찾아볼 수가 없다.
모든 전문가들이 금리인상은 시간문제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확대 정책은 향후 엄청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증가추세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2010년 6월을 기준으로 판매신용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총 755조원에 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주택관련 대출이 395조원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은 기준금리가 2.25%로 그럭저럭 버틴다손치지만, 만일 기준금리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인 5%대까지만 오른다고 치면 그에 따른 이자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늘어나게 된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 1%p 상승시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액은 4조원씩 증가하며, 저소득층일수록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008년도 미국의 금융위기가 바로 부동산대출 부실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양도소득세 완화조치의 문제점이다. 주의깊게 살펴볼 부분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방안을 2년씩이나 연장하는 것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지 말고, 오히려 더 사라고 하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당초 한시적으로 혜택을 준 이유는 ‘시간을 줄테니 다주택자들은 그 안에 빨리 처분하라’는 공급확대의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번 연장조치는 ‘부자들이 집을 더 사도록 세금 깎아주겠다’라는 수요확대의 메시지로 바뀐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잉여주택을 실수요자들에게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잉여주택을 구매하라고 권하는 셈이다.
주택은 매년 공급되는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일시에 수요가 폭발하면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 주택건설로 인해 단순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지만, 서울시의 자가보유율은 2004년 63.4%에서 2007년에 55.1%로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주택을 아무리 건설해도 다주택자의 수요를 감소시키지 않는 한 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진심으로 실수요자들에게 내집마련의 기회를 주고자 했다면, 다주택자들에게는 주택을 매각하도록 권유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저소득층에게는 대출을 해주면서, 다주택의 고소득층에게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들고 나왔다.
물론 보금자리 주택 공급과 같이 저소득층을 위한 공급정책이 있다고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이 공급되는 시기는 2014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건설을 늘리고 대출을 해줘도, 주택분배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은 요원하기만 할 뿐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견인하기 위해 조급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책목표도 불분명하고, 효과도 의문시되는 정책들이 남발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잃고, 하우스푸어 양산만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어렵더라도 길게 보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