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포츠(40)는 지난 2007년 영국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주목받게 된 오페라가수다.
“나 자신을 완벽하게 믿는 그 자신감이란 것이 내겐 가장 크고도 넘기 힘든 산이었습니다” 그가 첫 오디션에 참가했을 때 심사위원들에게 한 말이다. 촌스러운 외모의 폴 포츠가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하자 심사위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불러보라고 한다.
그러나 이내 객석에서 요란한 환성이 터지고, 심사위원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런 그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 첫 번째 출전영상은 유튜브에서 1억 건이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요즘 인터넷 인기검색어 순위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름이 있다.
바로 ‘한국판 폴 포츠’로 불리는 허각이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지난 22일 밤 인기리에 방영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마지막 무대에서 우승한 행운의 주인공이다. 올해 스물여섯 살 청년인 그는 중졸의 학력에 환풍기 수리공이라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무려 134만 명이 참가한 이번 오디션에서 최후의 1인이 됐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취임 인사차 예방한 자리에서 ‘허각과 공정사회’가 화제가 됐다. 자승스님은 김 총리의 예방을 받고 “(총리가)공정한 사회를 위해 법과 원칙, 소통과 화합, 나눔과 배려를 강조했는데 혹시 허각을 아느냐”고 말을 꺼냈다. 김 총리가 “모른다”고 하자, 이에 자승스님은 “허각이라는 친구가 아무런 뒷배경도 없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오로지 성실함과 탁월한 노래실력으로 마지막 1인으로 뽑혔다.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 과정을 보시면 공정한 사회와 서민 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속세를 떠나 계신 총무원장 스님도 알고 있는 것을 민생을 두루 살펴야 할 총리께서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중 프로그램의 주인공을 빗대 공정한 사회를 얘기한 스님과 이에 조금은 당황했을 총리를 보면 속세(俗世)와 탈속(脫俗)이 ‘불이(不二)’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