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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없는 원숭이.인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

동물학자이자 '인간관찰자(manwatcher)'인 데스먼드 모리스는 지난 30여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인간이라는 종(種)을 관찰, 역저인 「털없는 원숭이」(1967)를 비롯한 16권의 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책은 다소 학술적이고 무거운 주제였던 탓에 탐사과정에서 목격한 각 나라의 문화적 현상차이 등 흥미로운 '뒷얘기'들을 담아내지 못했다.
「육안으로 바라본 털없는 원숭이」(원제. The Naked Eye. 두레 刊. 이충호 옮김)는 그가 281차례에 걸쳐 76개국을 탐사하면서 보고 겪었지만 기록으로 옮기지 못 해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이런 뒷얘기들을 모은 일화집이자 회고록 성격의 책이다.
저자가 본격적으로 인간탐사를 떠난 것은 「털없는 원숭이」의 출간 직후부터였으며 첫 후보지는 남지중해의 작은섬 몰타였다.
프리섹스가 유행하던 1960년대의 런던에서 온 모리스 일행은 먼저 이곳의 심한 검열과 종교 지도자들의 막강한 권력에 놀란다. 당시 몰타는 발자크, 스탕달, 졸라 같은 대가들의 책이 금서로 지정됐으며, 교회에서는 인간의 성을 적나라하게 분석했다는 이유로 그의 저서 「털없는 원숭이」를 조직적으로 불사른 세계 유일한 장소였다.
몰타 교회와 당국에 의한 과도한 금지 조치는 '유두 검열관'이라는 유례없는 직업을 탄생시키기 까지 했다.
"검열국의 유두 검열관은 매일 아침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잡지 더미 앞에 앉는다. 그는 간행물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여성의 젖꼭지가 노출된 사진이나 그림이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만약 그런 것이 발견되면 잉크 스탬프로 그 위에 '쾅' 내리찍는다. 하루 일과가 끝날 때쯤 그가 하루 종일 한 일이라고는 수천 개의 젖꼭지를 난폭하게 두들겨 지운 것뿐이다"
몰타에서의 경험을 통해 모리스는 "자신의 문화와는 아주 다른 문화 속에 들어가 경험하는 것이 편협한 사고를 해방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하지만 '왜 많은 인간들의 행동들이 보편적인 반면, 왜 어떤 행동들은 그렇게 차이가 날까'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던 것. 저자는 이런 문제의 답을 구하려고 이탈리아, 지브롤터, 아프리카, 일본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한다.
모리스는 일본 게이샤를 통해 발견한 비밀 동작이 옛날 유럽인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게이샤가 달갑지 않은 손님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비밀 제스처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알려져 있던 성적인 제스처인 '피코(fico)'였다. 이것은 주먹을 쥐면서 엄지손가락을 첫째 손가락과 둘째 손가락 사이로 삐죽 내미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이 제스처가 악마로부터 강력한 보호를 제공해 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제스처는 외설적인 모욕을 뜻하게 됐고, 원래 지녔던 보호의 기능은 상실했다"
그러면서 모리스는 16세기 일본을 처음 방문한 포르투갈인에 의해 이러한 동작이 전해진 게 아닌가 추측한다. 포르투갈은 지금도 이 동작을 '행운'의 주술로 여기는 유일한 유럽 국가.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이티섬의 한 남자는 아내가 18명이고 자녀가 67명에 달했는데 그는 여자들 사이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아내들을 절대 모으지 않고 따로따로 떨어뜨려 놓고 살았다는 이야기,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인도 자이나 교도들은 땅 속 미생물을 해치지 않기위해 뿌리식물을 먹지않고 피부에 기생하는 미생물을 죽이지 않기위해 전혀 씻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밖에 껌을 소지하면 1만 싱가포르 달러(약 600만 원)의 벌금을 무는 싱가포르, 월경중인 원숭이는 가능하나 월경중인 여성은 들어갈 수 없는 발리의 원숭이 사원 등의 이야기도 매우 이채롭게 들린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고 해서 항상 흥미로운 발견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흥미로운 발견에는 아예 가까이 갈 수조차 없다". 38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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