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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 영화 `올드 보이'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 그린 심리 게임

초복의 태양이 따갑게 내리쪼이던 1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자리잡은 아트서비스 종합촬영소의 세트장 안에는 한가로운 주변의 농촌 풍경과 달리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영화 `올드 보이'(공동제작 쇼이스트ㆍ에그필름)의 촬영이 한창인 이곳에서는 15년 동안 영문도 모른 채 감금돼 있던 오대수(최민식)와 그를 가둔 이우진(유지태)이 처음으로 대면하면서 불꽃을 튀기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대수가 장도리로 위협하며 자신을 가둔 이유를 대라고 다그치자 우진은 느물거리는 표정으로 리모컨을 보여주며 약을 올린다.
"우리 집안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심장이 약하거든. 이 안에 심장 박동을 도와주는 모터를 넣었어요. 그거 넣을 때 내가 의사한테 뭐라구 했는지 아세요? 그 모터 리모컨으로 끌 수도 있게 해주세요. 언제든지 쉽게 자살할 수 있게요. 아유, 이거 어떡하나. 성질 같으면 당장 죽여버리고 싶은데 그러자니 가둔 이유를 모르겠고, 고문을 하자니 지가 먼저 죽어버린다고 그러지."
독백처럼 이어지는 간단한 대목이지만 좀처럼 OK 사인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민식 등 뒤에 있던 카메라가 유지태 얼굴에 서서히 접근해야 하는데 최민식의 널찍한 등이 자꾸만 걸렸기 때문이다. 결국 엉거주춤한 자세로 장도리가 든 팔만 내뻗은 최민식은 "얼차려가 따로 없네"라며 구시렁댄다.
카메라와 배우의 동선 문제가 해결되자 믿었던 유지태가 연거푸 NG를 낸다. "언제든지 쉽게"란 대사에서 어색한 발음이 튀어나오자 참다 못한 박찬욱 감독이 "쉽게란 말이 뭐 그렇게 어려워? 영어 `Ship(배)'을 연상하란 말이야"라고 핀잔을 준다. 머쓱해진 유지태는 "아르르르'하고 혀를 굴린 뒤 대사를 계속 반복한다.
슬레이트(일명 딱딱이)의 테이크 번호가 두자릿수로 넘어가 스태프들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날 무렵 이번에는 카메라 옆에 있던 스태프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바람에 또다시 NG가 났다. 스태프들이 일제히 노려보자 `범인'으로 지목된 스태프는 "밥 좀 먹여가면서 일 시켜야 이런 소리가 안나죠"라며 나지막하게 볼멘 소리를 털어놓는다.
오는 10월 말 개봉 예정인 `올드 보이'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신화를 만들어낸 박찬욱 감독이 충무로 캐스팅 영순위로 꼽히는 최민식과 유지태를 `투 톱'으로 내세워 크랭크인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기대작.
평범한 샐러리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15년 동안 외딴 곳에 갇혀 있다가 풀려난 뒤에도 가둔 자가 쳐놓은 그물 속에서 위험한 게임에 벌이게 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대수를 도와주면서 사랑에 빠지는 미도 역에는 `나비'(감독 문승욱)로 2001년 부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신인 강혜정이 캐스팅됐다.
이날 촬영 분량은 우진이 있던 다가구주택에 대수가 찾아가 자신을 가둔 이유를 묻자 우진은 스스로 알아내보라며 새로운 게임을 제안하는 대목. 오전 7시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자정을 넘겨서야 겨우 마무리됐다.
지난 5월 12일 크랭크인해 지금까지 절반 가량 촬영을 마쳤으며 겨울 장면 촬영을 위해 15∼22일 뉴질랜드 현지촬영을 다녀온 후 8월 중순까지 남양주시 서울종합촬영소 세트에서 나머지 장면을 찍을 예정이다. 순수제작비는 30억원 규모.
`올드 보이'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설정만 같을 뿐 줄거리와 결말은 완전히 새롭게 꾸몄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관객을 경악 속으로 몰아넣을 만한 것이어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시나리오와 콘티북에도 고유번호를 붙여 복사나 유출이 불가능하도록 했으며 만일 발설하면 개런티의 세 배를 위약금으로 물겠다는 각서까지 썼다고.
지난해 선보인 `복수는 나의 것'의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인지 늘 웃음기 머금은 박찬욱 감독의 얼굴에도 언뜻언뜻 비장한 표정이 스쳐간다. 그는 "이번에는 사회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잘 만든 상업영화'로 목표를 정했다"면서 "미스터리 분위기의 영화답지 않게 의외로 코믹한 장면이 많아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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