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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설날, 가족 소중함 일깨우는 명절로

 

민족 잔치인 설 연휴가 시작된다. 설은 새해의 첫머리다. 음력 1월1일에만 존재하는 우리 전통명절이다. 설날은 그 이름만 들어도 훈훈한 정감이 느껴진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듬뿍 담겨 내려오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구정’이 아니라 ‘설날’이다.

올 설은 연초부터 계속된 영하의 날씨와 구제역 탓으로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각 지자체가 설날 귀성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까지 나올 정도다. 고향이 축산농가가 밀집된 곳이면 갈 수 없을 수도 있기에 그러하다. 그래도 명절이면 으레 떠오르는 민족의 대이동, 고속도로 정체, 귀성인파는 여전히 이어지리라 본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고향까지 가는 여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듯 하다. 엄동의 날씨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예보다.

설날은 직장이나 하는 일이 달라 가족이 여기 저기 흩어져 생활하다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날이다. 선산과 부모님, 자신이 태어난 뿌리를 찾아 고향을 가고자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설날 차례상을 위해 오순도순 음식도 만들고 담소도 나누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인위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 가족이 아닌가.

설날 아침 조상께 정성껏 준비한 제물과 떡국으로 차례를 지낸다. 차례는 지난해 무사하게 한해를 지내게 해준 감사의 뜻이 담겨져 있다. 차례는 단순히 조상께 올리는 제례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족 간의 화합과 애정을 돈독히 할 수 있기에 그렇다. 가족들은 멀리 있어도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새해 첫날에 설빔으로 갈아입고 웃어른께, 형제지간에 세배를 한다. 가족들과 함께 지난해의 노고에 감사하고 새로운 한해의 희망 찬 출발을 약속하는 인사다.

설날에는 여러 가지 전통풍습이 있다. 사내아이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팔다리를 단련시키고자 제기를 차거나 연을 날린다. 아낙들은 널뛰기로 하나가 된다. 근본 뿌리로 돌아감을 잊지 말라는 교훈이 담긴 윷놀이를 친척이나 마을사람들끼리 편을 갈라 즐긴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진다. 이렇듯 좋은 전통놀이와 풍습도 인터넷과 영상시대 탓인지 설날 풍광과 멀어져만 가는 듯해 안타깝다.

설은 각지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다 고향을 찾아 온 자식들이 부모님의 건강상태도 살필 좋은 기회다. 부모들은 건강안부를 물으면 자식들이 걱정할까 싶어 언제나 ‘괜찮아’라고만 답한다. 이 때 그냥 넘어가지 말고 부모님의 증상들을 꼼꼼히 살피는 가족애가 필요하다. 그것이 도리다. 가족은 훈훈함의 다른 이름이다. 온도를 잴 수는 없지만 온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대상이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무탈해야 나 자신도 행복해 질 수 있다.

설 명절이 누구에게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설음식을 장만하는 주부들에겐 힘든 날인 것만은 틀림없다. 많은 주부들이 명절이라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란 낱말까지 등장할 정도일까. 알만하다. 설날 음식준비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손님맞이 등으로 몇 번씩 쌓이는 설거지 탓이다. 주부들은 온 몸이 욱신욱신할 수밖에 없다. 온 식구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조상숭배와 효사상을 기반으로 둔 설날을 며칠 앞두고 경찰간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끔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무리 돈 때문이라고 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크고 넓은가. 가족은 사랑을 가장 오랫동안 주고받는 사람들의 집합체다. 서로 훈훈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순수한 기도를 할 수 있는 게 가족이다. 가장 적당한 온도로 서로를 안아주는 사람이 가족이 아닌가. 가족의 소중함은 변함이 없다.

현대에서 설날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 명칭하나라도 제대로 사용해야 하겠다. 원래 우리나라에선 ‘신정, 구정’이란 개념이 없었다.

우리 설을 ‘구정(옛날 설)’이라 깎아내리면서 일제가 우리 문화와 민족정기를 말살하려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양력설, 음력설’이라는 명칭도 마찬가지다. 설, 설날을 구정이라 부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 모두가 민족의 정체성이 확고해야 역사왜곡과 문화 침탈이 없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설날, 도시의 각박한 일상에서 며칠 동안 벗어나 고향의 정을 맛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가족만이 새해 희망이기에 그러하다./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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