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륭의 소설은 고독하다. 외롭고 쓸쓸한 사유의 세계에서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지만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문득 빠져 나온 뒤의 허전함이 그의 소설을 읽는 묘미다.
박상륭은 일관된 화두인 삶과 죽음의 문제를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끌고 간다. 지루하면서 끈질기고 고집스럽지만 명쾌한 사유의 즐거움을 준다. 마치 또 다른 헤세를 읽는 것 같다.
고독한 작가 박상륭의 장편소설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는 니체에 대한 비꼬기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빌려 신에게 도전했듯이, 박상륭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활용해 그를 은근히 비웃는다.
‘신을 죽인…’는 니체와 동일한 형태로 시작된다. 차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해 한 늙은 성자를 만나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소설은 서른 살의 차라투스트라가 산으로 가서 자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다 하산, 한 늙은 성자(기독교도)와 만남으로써 니체와 저자 자신의 숙명적인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죽음의 한 연구’ ‘칠조어론’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로 이어지는 방대한 장편소설의 행진은 박상륭이 이 땅에 남겨진 이들을 위해 치르는 조용한 제의가 아닐까.
“박상륭의 문학적 주제는 문학의 바깥에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문학이 안, 혹은 바깥을 갖지 않는 이상한 병 모양을 갖춘 형식이라고 할 때, 박상륭의 소설은 다시 소설의 어느 한 ‘곳’에 있다. 상극적 질서라고 말해지는 박상륭의 자연관은 통합적이고 궁극적이다. 이번 소설에서 박상륭은 물질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힘을 발견하려는 궁극이론처럼, 마음과 몸과 말의 통합을 진화론적으로 제시하며 신의 부재를 교정하고 있다”는 함성호 시인의 표현이 이 소설을 가장 적절하게 지적했다는 평가다.
박상륭의 문학은 동서고금의 종교, 신화, 철학을 아우르는 심오하고도 방대한 사유체계와 우주적 상상력으로 전개되는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독보적인 문체로 한국문학의 지평을 광대한 차원으로 확장시켜왔다.
산문집 ‘산해기’의 속편격인 ‘신을 죽인...’는 산해기의 난해함이 이어지지만 속시원한 비꼬기는 본격적인 책읽기의 재미를 가르친다.
정수영기자 jsy@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