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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다문화 음식점

불교에서는 이 세상을 하나의 커다란 그물망으로 본다. ‘인드라(indra) 망(網)’이라 불리는 이 그물에는 각각의 그물코마다 작은 보석이 매달려 있다. 그 보석은 모두 연결돼 서로를 비추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비춰줄 때 비로소 빛날 수 있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을 비춰줌으로써 그들을 빛나게 한다.

바야흐로 다문화 시대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지난 2월 문을 연 ‘아시안 누들 다문화음식점’이 성업중이라고 한다. 안산시와 사단법인 한국음식관광연구원이 결혼이민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경기도 지원금 등 8천700여 만 원을 들여 차린 국수 전문점이다. 메뉴는 한국의 멸치국수와 비빔국수, 일본의 가쓰오부시우동. 해물볶음우동, 베트남 쌀국수, 인도 카레우동 등으로 아시아 각국의 국수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 8명 가운데 6명이 다문화 결혼이민자로 개업 초기 하루 매출이 30만∼40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50만∼60만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수익금은 다문화공동체 지원, 일자리 제공, 점포운영 관리, 외식산업 전문인 양성 등 다문화가족 지원에 사용된다. 앞으로 안산시와 음식관광연구원은 다문화가족 일자리 창출을 위해 2차로 3천만 원을 지원받아 인원을 13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밥보다 국수를 좋아했다. 옆집이 방앗간 집 이었는데 국수를 뽑는 날이면 친구인 그 집 아이가 날 부르러 왔던 기억이 새롭다. 국수틀에서 나온 가는 면발을 마치 빨래 널듯이 가지런히 걸어놓은 풍경은 그 시절 이후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국수가 있는 풍경이랄까. 아시아인에게 국수는 ‘영혼을 담은 음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에게는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잔치국수로 사랑을 받아왔듯이 국수는 오랜 세월동안 끈질긴 생명력으로 내려 온 음식이다. 동서의 문명을 잇고 60억 지구촌 인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진행된 문명결합의 결정체가 바로 국수라는 얘기다.

따라서 다문화음식점의 주 메뉴가 국수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면(麵)식문화를 자랑하는 중국의 면들이 빠진 것이 조금은 아쉽다. 욕심 같아서는 유럽의 대표 국수인 ‘파스타(pasta)’도 메뉴에 올려 손색없는 다문화 국수전문점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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