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창룡문] 장석일의 쓰나미 현장

3월 11일 금요일 일본 도호쿠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진도 8.8의 강력한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해일이 미야기현 나토리 시내를 집어 삼켰다.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이 허물어진 집채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여기 저기 떠다녔다. 비행기와 자동차가 아무 힘 없이 휘청거렸다. 한평생 살면서 이런 재해는 처음이었다. 그 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 했을까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온다.

한달여가 지난 7일밤 나토리시에 지축을 흔드는 지진이 또 찾아왔다. 시내 한 호텔에 묶고 있던 두명의 한국인은 소스라쳐 놀라 잠을 깼다. 이들은 다름아닌 분당을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등록했던 장석일씨와 동행인이었다. 장씨는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공천경쟁을 벌일 당시 일본을 휩쓴 쓰나미 현장을 찾을 계획을 세웠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촉박한 당내 공천 일정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긴박한 사정 때문이었다. 산부인과 의사출신으로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일본으로 달려가 고통에 신음하는 일본인들을 돕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공천이라는 굴레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국내 정치상황이 야속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공천’은 정치 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끝내 그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재일한인의사회와 상의해 쓰나미 참사의 중심지역인 일본 미야기 현 나토리시로 날아갔다. 이재민에게 의료지원을 하기 위한 방법을 나토리시와 협의했고 쓰나미 참변 현장도 직접 찾아갔다. 그 곳은 국내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던 그것보다 더욱 참혹했다. 장씨는 음산하고 싸늘한 비가 내리는 현장에서 몸과 마음을 함께 보살펴 주는 ‘맞춤형 복지전문가’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고 전해왔다.

짧은 기간이지만 풋내기 정치인이 경험했던 정치란 실망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선거는 저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준 귀중한 정치수련의 장이었다”면서 “민주주의 정당인으로서 공천과정의 문제와 관계없이 당의 후보자 결정을 수용하며 당의 승리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본 방문 기간동안 두 차례의 강력한 지진을 경험한 장씨 일행은 4박5일의 일본 일정을 마치고 11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던진 그의 한마디는 우리 정치인들이 새겨야할 대목이다. “축복받은 이 땅 위에서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정치는 죄악이다.”/안병현 논설실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