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길거리 간판에 외국어가 등장하더니 요즘은 무척 많아졌다. 처음엔 우리나라 말과 글 주변에 작은 글씨로 외국어를 표기하더니 점점 더 커져서는 주객이 전도됐다가, 이젠 아예 외국어로만 표기하는 간판이 드물지 않다. 회사명, 사업체명을 외국어로만 만들고 표기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최근 어느 한 자동차 업체도 외국어만으로 된 간판을 전국적으로 달았고 은행, 주유소, 빵집, 커피전문점 등도 외국어로 만든 사명에 그 언어로 된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외래어는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외래어는 부족한 고유어의 표현력을 보충하고 의사소통을 더욱 원활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말 체계 속에 토착화된 한자와 한자어는 우리말의 표현력과 조어력, 의사전달력을 많이 향상시켰음은 누구나 안다. 더욱이 최근에는 라디오, 온라인, 인터넷 등과 같은 영어가 우리말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는 일 또한 외래어 수용 못지않게 중요하다. 언어란 한 사회의 문화와 사고 체계를 규정한다. 우리말이 외래어나 외국어로 대체됐을 때 우리의 문화와 사고 체계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길거리 간판이나 회사명, 사업체명을 순수하게 외국어로 짓고 표기하는 것은 우리글과 말의 발전을 저해하고 생명력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과 문화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외국의 예를 들자면 미국은 상당수 주가 어떤 간판이던지 영어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아무리 한국사람들만 이용하는 한국식품점이라도 가게 이름을 영어로 표기해야 한다. 누구나 그 가게나 업체가 어떤 가게이고 업체인지 영어로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퀘벡 주는 아예 주 공식 언어인 불어로만 표기하고 여타 언어는 병기도 못하도록 못을 박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기관명조차 외래어로 짓는 경우가 있다. 주민센터나 경기도의 여성비전센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모국어 사용을 장려해야 할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외래어 사용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불어나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가 우리나라와 우리민족의 공식 언어가 아닌 이상 우리 국민들이 이들 외국어를 배워야 할 의무가 없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알면 공공장소에서 접하는 모든 정보를 이해할 수 있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말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서,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서라도 공공장소에 부착되고 세워지는 간판은 우리말과 우리글로 돼야 한다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상성 경기도의원 (국민참여당·여성가족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