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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 나혜석 작품 한 점 없는 수원미술

 

이름 앞에 ‘최초’라는 낱말이 많이 붙는 이름 석자도 흔치 않은 일이다. 수원이 낳은 여류화가 정월 나혜석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초 여류 서양화가다. 최초의 전업작가로 물적 토대를 구축한 선구자였다. 최초의 여성유화가요 판화작가다. 유화 개인전을 최초로 열었다. 근래에는 최초의 여성소설가로도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4월28일은 그의 탄생115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를 기리기 위한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가 그가 태어난 행궁동에서 펼쳐지고 있다. 나혜석거리도 조성돼 해마다 나혜석거리 축제도 열리고 있다. 전국 여성을 대상으로 나혜석미술대전도 열린다. 올해로 열다섯 번째다. 작품공모가 진행 중이다. 매회 좋은 작품이 대거 출품되고 있다.

그가 다녔던 매향중학교는 1회 졸업생인 나혜석의 화가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화성그리기 대회’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하고 있다. 나혜석 바로알기 심포지엄도 열리는 등 나혜석 예술세계와 삶을 조명하기에 저마다 바쁘다. 이처럼 나혜석이란 이름이 차지하는 역사적 비중은 화려하고도 무겁다.

그런데 정작 나혜석이 남긴 그림작품 하나도 없는 수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수원미술협회가 ‘박수근 나혜석을 만나다’ 라는 주제로 올해 양구 박수근화가 작품전을 개최하려고 준비 중인데 그를 맞이할 수원태생 나혜석 작품은 한 점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실을 안 시민들은 ‘정말 놀랐다’는 반응이다.

연초부터 나혜석 생가터를 복원하자는 움직임도 있는 수원시다. 생가 및 전시관을 위해 29억원의 예산도 이미 세워져 있는 상태다. 헌데 그의 대표적 유물인 그림 한 점도 없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그 흔한 미술관 하나 갖고 있지 못한 도시라 할 말은 없다.

전국 최대 기초단체인 수부도시-수원이 아닌가. 정작 미술작품 한 점 없으면서 나혜석 생가터 복원이니 나혜석 기념관 건립이니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제부터라도 나혜석에게 최소한의 애정을 표하기 위해서 그의 작품 구입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나혜석 작품이라고 전해지는 유화는 대략 30~40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그림의 수준이나 화풍과 품격 등이 들쑥날쑥하여 진위 문제를 의심받고 있다. 남아 있는 진짜 작품도 별로 없다. 명백한 진품이라는 증거도 없고 의구심 투성인 작품을 가려 구입하는 일도 쉽지 않을 듯싶다.

이제껏 문제제기가 없었던 예술문화인의 책임도 크다. 겉으로는 경기도의 수부도시라 웬만한 예술문화 인프라는 부족함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사 누굴 탓하자고 하는 일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나혜석의 예술세계를 제대로 조명하려면 그의 작품을 수원시가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다. 나혜석의 본령은 미술이기에 그렇다. 그의 존재가치는 미술이었고, 또한 물적 토대 역시 미술에서 성취했다.

정월 나혜석. 그의 이름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는 분명히 영광과 상처를 함께 안았던 흔치 않은 인물이다. 당시 유교의 예술천시사상이 만연한 사회에서 전업 여류화가로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최초의 여류화가라는 자리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 그의 고향, 수원시가 위작여부를 잘 가려 적극적으로 작품구입에 나서야 할 것이다. 나혜석 생가터 복원이나 전시관 건립보다 우선시 돼야 마땅한 일이다.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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