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1 (일)

  • 흐림동두천 -1.7℃
  • 맑음강릉 0.6℃
  • 서울 -0.4℃
  • 맑음대전 -0.8℃
  • 맑음대구 1.2℃
  • 맑음울산 0.9℃
  • 맑음광주 0.5℃
  • 맑음부산 3.0℃
  • 맑음고창 -2.8℃
  • 구름많음제주 5.2℃
  • 구름많음강화 -1.8℃
  • 맑음보은 -2.5℃
  • 맑음금산 -2.8℃
  • 맑음강진군 -0.5℃
  • 맑음경주시 1.2℃
  • 맑음거제 1.7℃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 어머니, 아 어머니!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다 몹시 목이 말랐습니다. 이미 묘원 휴게시설을 떠나 온 터라 가까운 거리에서 마실 물을 얻기 어려웠지요. 한 번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자 점점 더 물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지나 길가 매점에서 0.5리터 물 한 병을 사서 급히 마셨습니다. 그 시원함이란, 아시는 분은 다 아실 것입니다. 작은 물 한 모금에 활기를 찾은 겁니다.

문득 나는 어머니의 젖으로부터 지금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얼마나 어머니의 젖을 얻어먹었는가를 셈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어머니로부터 여덟섬 세말의 젖을 먹고서야 비로소 사람이 된답니다. 여든 세말 어머니의 젖을 먹고 나서야 사람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지요. 여든 세말을 리터로 환산 해보니 1,494리터가 됩니다. 0.5리터짜리 물병 3천 병 정도의 젖을 어머니로부터 받아먹은 겁니다. 지나치는 길에 가게에 쌓여있는 패트병 더미를 보며 3천 병 정도의 규모를 어림해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높이가 키를 훌쩍 넘을 만큼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아, 내가 저만큼 많은 젖을 어머니로부터 빼앗아 먹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님 살아 생전에 제 할 도리를 제대로 못했으니 참으로 나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에 머리가 하얗게 빙빙 돌았지요.

뿐만 아닙니다. 어머니들은 우리들을 출산 하면서 세말 석되의 피를 흘린답니다. 서른 세되의 피는 60여 리터의 양입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이 부족한 나를 세상으로 내 놓기 위해 패트병 120병 만큼의 피를 흘리셨던 겁니다. 그런데도 그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으니 나는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그저 큰 죄인일 뿐입니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내 주신 것이 비단 흘리신 피와 젖 뿐 이겠습니까. 무엇하나 어머니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셈 할 수 없는 어머니의 희생으로 지금 내가 있을 뿐이고, 내가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가져왔으니 마침내 어머니는 텅 빈 몸으로 하늘에 오르신 것이지요.

왜 어머니의 거룩한 희생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생각 할수록 주저앉게 됩니다. 이제와 가슴을 아무리 세게 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왜 나는 어머니 살아 계실제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요. 자신에게 분노가 느껴집니다.

5월이 되고, 여러 가지 기념할 날이 많습니다. 어린이 날, 스승의 날 그리고 어버이 날.

어린이들을 위해 준비된 행사에는 예약이 넘치는데, 어버이들을 위한 행사의 예약은 언제나 저조하답니다. 우리는 언제나 어머니를 참 되게 위할까요. 자식을 위한 무한희생으로 모두 내어 주시고 급기야 사위어 가는 어머니. 어머니의 희생을 계량할 수 있어 그것을 갚아야 한다면 우리는 평생을 갚아도 부족할 것인데, 마음 하나 제대로 갚지 못한 이 죄를 어찌해야 할까요.

어머니 가시고 처음 맞는 어버이 날. 깊게 엎드려 찬 이마 찧으며 크게 웁니다. 尙饗. /김춘성 시인

▲ 한국문인협회 저작권옹호 위원 ▲ 국제펜클럽회원 ▲ 한국가톨릭문인회원 ▲ 조지훈문학상 수상 ▲ 박재삼 문학상 수상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