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 마음 속에서 그리움과 함께 떠오르는 선생님이 계시다.
꿈 많고 호기심 투성이었던 여고시절 2학년6반 이장숙 담임선생님이시다.
이 선생님께서는 야무진 성격에 언행이 반듯하시고 수업시간에는 “아는게 힘이야”를 반복하시며 엄격하게 교육하셨다.
개인적으로는 다정다감하셔서 원거리 전철 통학을 하던 내가 등교시간에 지각을 면하려고 뛰기라도 하면 창 밖으로 손사레를 치시며 천천히 걸어오라는 미소를 지어주시곤 하셨다. 배려와 친절을 몸소 실천하셨던 분으로 기억된다.
그동안 많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유독 이장숙 선생님께는 큰 빚을 진 잊지못할 추억을 갖고 있다.
내가 다녔던 여고에는 인성 예절교육을 위한 생활관이 있었는데 모든 학생들이 순번제로 일주일씩 단체생활을 했다.
마침내 우리 반 차례가 되어 입소를 하고 매일 밤 늦게까지 즐거운 환호성을 지르며 이불 속에서 수다를 떨다 잠들곤 했다.
때마침 그주에 중간고사가 실시된 것이 화근이었다.
들뜬 생활관 생활에 당연히 시험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걱정하던 차에 누군가 시험을 보지말자는 해괴한 제안을 했다.
철부지였던 우리들은 단순한 재미인양 생각하고 박수까지 치며 호응을 약속했다.
다음날 1교시 시험이 시작되자 우리들은 서로 이상한 눈치를 주고 받으면서 공동으로 백지답안지를 제출했다.
백지동맹! 그야말로 학교가 발칵 뒤집힌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었다. 그 시절 우리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이장숙 선생님께 고통을 드린 일이 몇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송구스럽고 실로 죄송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립학교의 기강을 흩트린 책임추궁으로 이 선생님의 눈은 눈물로 발갛게 부어 있었고 충격으로 인해 지친 심신을 가눌 수 없었는지 보건실에 부축해 가시던 뒷모습도 기억이 난다.
우리들은 반성문을 수없이 썼고 며칠간 등교 정지 처분을 받은 후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될 무렵 이장숙 선생님께서는 모든 책임을 혼자 지시고 사직을 하셨다.
희망을 가슴에 심어주고 제자를 진정으로 아껴주셨던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이제서야 깊은 사죄를 드리고자 한다.
선생님! 스승으로서 저희들을 감싸주시고 따뜻한 사랑을 주셨는데 철부지 저희들은 은혜도 모르고 마치 그것이 가벼운 장난인 줄 알고…. 선생님께 돌이킬 수 없는 아픈 상처를 드렸습니다.
저도 교직의 길을 가면서 선생님의 제자사랑을 본받아 남은 교직 생활에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이것이 선생님께서 바라시는 일이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탕감하려는 제자의 용서를 비는 마음이 아닐까요.
이장숙 선생님!
선생님의 제자였던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갈수록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과 그리움이 더욱 깊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