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 성년의 날을 보내며

 

아이가 성년이 됐다. 만으로 스물이 된 것이다.

책상 위에 널려있는 화장품이며 옷걸이에 걸린 미니스커트, 그리고 10센티는 족히 될 만한 하이힐, 멋 내기에 흠뻑 빠져있는 아이를 보면 막 월담을 시작한 붉은 장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몽우리 속 꽃잎을 가득 담고서 발돋음을 시작한 장미, 태양을 듬뿍 머금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런 5월 장미 같다.

때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를 들이대기도 하고,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 한바탕 축제의 마당을 만들기도 하고 은근한 향을 뿜어 지나던 바람을 머물게 하는 환한 꽃, 그 아이에게서 5월 장미를 느끼곤 한다.

혹여 이 예쁜 꽃을 누가 탐하지는 않을까, 꺾으려 들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시를 좀 더 세웠으면 하기도 한다.

과제를 준비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기도 하고 파 김치가 된 모습으로 2시간여 거리를 통학하면서도 큰 불만을 밖으로 꺼내놓지 않는 아이, 쌍까풀 수술도 하고 싶고 콧대도 높이고 싶다며 짬만 나면 여드름과 씨름하고 우울하면 머리카락을 컬러로 물들이는 만 스물의 숙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아이답게 세련되고 정확한 표현, 깔끔한 일처리를 하는가 하면 연예인에게 열광하고 유치한 내용의 드라마를 보면서도 배꼽을 움켜잡고 감정노출에 거리낌 없는 모습이 순박하고 천진한 아이.

조금만 노여워도 눈시울이 붉어져 금세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그 아이가 성년이 된 것이다.

불안보다는 믿음이, 걱정보다는 어디에 내 놔도 자기 앞가림은 할 거라는 확신을 주면서도 어설프고 어눌함이 사랑스럽다.

삼한시대 마한에서는 소년들의 등에다 상처를 내어 줄을 꿰고 통나무를 끌면서 그들이 훈련받을 집을 지었다는 성년식에 대한 기록과 신라시대에는 관복을 입었고, 고려에 와서 태자에게 원복을 입혔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만 20세가 되는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자부심과 책임을 일깨워주기 위한 성년식 행사를 실시한다.

요란한 행사와 행사를 위한 행사보다는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우고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인내심과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자신을 책임 질 줄 아는 사람이 주변을 둘러 볼 줄 알고 세상을 책임질 힘이 있지 않겠는가.

스물, 참으로 아름다운 나이다. 인성이 곧은 사람, 꿈과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진정 아름답다.

나는 딸아이에게 미쳐 살라고 주문한다. 때론 그림에 미치고 때론, 원하는 그 무엇에 미쳐서 후회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라 한다. 다만 그것이 자신에게 당당하고 누가 보아도 합리적인 미침이어야 한다.

이젠 고삐를 풀어 세상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 내딛는 걸음마다가 만만치 않겠지만 젊은이의 지혜와 용기로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시인소개: 한인숙 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평택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2006년)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