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의 김성근 감독이 최근 프로축구에 휘몰아치고 있는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야구계도 방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프로축구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승부조작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리그가 존폐기로에 서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확산되는 데 대한 원로 스포츠인으로서의 우려에서다. 잘 나가던 대만 프로야구가 승부조작 사건 이후 침체일로에 접어들었고 메이저리그 전설적인 타자 피트 로즈가 도박사건 연루로 영구 제명되는 등 그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1995년 싼상 타이거즈가 학연과 사조직과 연관돼 시작된 승부조작 스캔들은 불과 3년 전인 2008년에도 폭력조직이 관련된 승부조작이 성행하는 등 최고 11개 구단까지 늘어났던 대만 프로야구 구단은 최근 4개 구단으로 줄어드는 등, 급속한 인기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안타 1위(4천256개), 최다출장 1위(3천562경기)의 피트 로즈가 1989년 당시 신시내티 감독시절 직접 팀 경기에 베팅해 승부조작에 나서다 적발돼 영구 추방됨으로써 여태껏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2006년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승부조작이 발각됐다. 당시 승부조닥에 연루된 팀은 유벤투스와 AC밀란을 포함해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4팀이나 됐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팀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33차례나 승부조작 경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유벤투스는 챔피언 박탈 뒤 2부 리그로 강등됐으며 나머지 구단들도 중장계를 받았다. 이외에도 남미 브라질 리그에서 2005년 챔피언 코린티아스가 심판을 매수해 승부조작에 나서다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K리그 승부조작 사건 이전에 K3리그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진 사례가 있다. 당시도 브로커들이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했다. 중국인 사기도박단이 국내 브로커를 통해 K3리그에 뛰고 있는 선수들을 매수한 사례다. K리그 관계자들은 K3리그에서부터 시작된 승부조작이 근절되지 않은 채 K리그까지 확대돼 흘러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승부조작에 관여하고 있는 브로커들이 더 대담해지면서 상위리그인 K리그까지 접촉 범위를 확대했다는 판단에서다.
신성한 스포츠 세계에서 승부조작이란 있을 수 없는 치욕적인 일이다. 김성근 감독의 말처럼 스포츠가 말라 죽을 수도 있다. 한국 축구는 지금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뼈아픈 자성(自省)과 함께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상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