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율이가 일찍 왔다. 하율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성경공부 모임에 엄마, 아빠를 따라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하율이가 태어난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났는데 매주 보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지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리고 활짝 웃는다. 하율이는 두 귀를 쫑긋 세운 토끼 모양의 머리 끈으로 한 뼘도 안 되는 머리를 동여매고 땅은 밟지도 않는데 예쁜 신발을 신고 유모차를 타고 공주님처럼 행차를 했다. 하율이가 오면 조용했던 분위기에 활력이 넘친다. 모두 하율이의 이름을 부르며 볼을 만지면서 손을 잡고 한 번씩 안아 주느라 바쁘다.
하율이가 나를 보고 방긋 웃었다. 하율이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 칠 때면 방긋 웃는다. 좀처럼 얼굴을 찡그리거나 칭얼대지도 않는다. 유모차에 앉아서 혼자 놀면서도 잘 웃는다.
아기들은 하루에 400번 정도 웃는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은 성장하면서 웃는 횟수가 차츰 줄어 어른이 되면 근심 걱정과 함께 그 웃음을 잃어버리고 하루에 7번 정도 웃는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근심과 걱정을 하는 것들 중에는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괜히 걱정하는 것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마음고생하며 걱정하는 것이 30%, 사소한 일에 걱정하는 것이 22%, 그리고 바꿀 수 없는 사건에 대한 걱정은 4%에 불과하다고 한다.
웃음은 우리에게 문제 해결의 능력과 힘을 준다. 상호간의 대화 통로를 열어주고 긴장감을 풀어줘 혈압을 떨어뜨리고 혈액 순환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한번 웃는 웃음은 에어로빅을 5분 동안 하는 운동량과 같다고 한다.
하율이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낯도 잘 가리지 않는다. 할아버지한테도 잘 가고 할머니한테도 잘 간다. 같이 놀아 주는 언니와 오빠도 좋아하고 같은 또래 친구는 모두 좋아한다. 하율이는 잠도 잘 잔다. 입을 오물거리며 고운 꿈을 꾸면서 웃으면서 자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아기는 가정의 꽃이다. 아니 꽃보다도 더 예쁘고 아름답다. 엄마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아름답고 아빠의 손을 꼭 잡은 쪼그만 손이 예쁘고 아름답다. 맑고 깨끗하고 욕심 없는 마음이 아름답고 서러운 울음을 터뜨려도 아름답다. 아기는 가정의 보배요, 기쁨의 샘이며 희망이다.
요즘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아이을 많이 낳지 않는다. 아기를 아예 낳지 않는 부부도 많이 있다. 며칠 전 어느 방송에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지 않고 사는 부부에게 아기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묻자 자녀의 양육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힘들 때 인내하면서 서로 힘이 돼 주고 기쁨의 삶을 꿈꾸는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늙은 부모를 모시고 꽃을 가꾸듯 자녀를 사랑으로 가르치는 사랑의 공동체이다.
나는 오늘 하율이를 통해 진정한 가정의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어둠이 내린 늦은 밤 하율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집으로 돌아가는 부부의 뒷모습이 더욱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수필가 고중일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졸업 ▲수필로 등단 ▲문학시대 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성남문인협회 이사 ▲경기도신인문학상, 성남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