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정비계획법’은 소위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며 지난 1982년에 만들어져 이듬해인 1983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수정법으로 줄여 불리는 이 법에 따르면 수도권이란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인천시 일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우선 수정법에 따라 수도권인 서울, 경기, 인천 등지에는 4년제 대학 신설이 금지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개발을 위한 각종 개발행위도 거의 손을 놓아야 한다. 이는 중첩규제도 문제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갖는 특별법이라는 지위 때문으로 수도권에서는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한 토지이용이 수정법에 막혀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현실적 제약에 시달리는 역대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들이 지역여론을 등에 업고 수정법 폐지를 외쳤지만 지금까지 헛힘만 쓴 꼴이다. 이는 수정법을 놓고 벌어진 지역간 힘겨루기에서 번번히 수도권이 패했기 때문이다.
수정법은 법률의 명칭에 ‘수도권’이 들어있어 대한민국 절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전체가 영향권에 놓여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비(非)수도권은 수도권을 옥죄야만 기업도, 대학도, 사람도 지방으로 온다는 논리에 함몰돼 있다.
따라서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은 정치력과 행정력 등을 총동원해 수정법을 폐지하려는 수도권의 움직임에 결사항전을 해왔고 여태까지 버텨왔다.
특이한 것은 수정법 폐지를 막으려는 비수도권의 움직임에는 정치권의 여야 구별도 없고, 영남과 호남의 지역간 구별도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이 법률의 내용과 형식, 대안을 놓고 갖가지 논란을 벌였지만 결국은 ‘힘의 논리’에서 밀린 수도권이 수정법의 족쇄를 아직껏 차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힘의 논리’에 수도권 주민들이 고사당하고 있다. 허울이 좋아 수도권이지 지자체 공무원들 월급도 주기 힘든 재정 상태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수도권 일부 지역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수정법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종 몸부림이 소용없다는 좌절감이 지역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이제는 분노하기에 이르렀다.
내일 김문수 경기지사와 송영길 인천시장,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천군에서 만나 강화군, 옹진군, 연천군을 수정법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 정책전환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한다고 한다.
역시나 비수도권 정치권과 지자체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것이 자명한데, 수도권 3단체장이 어떤 묘안과 강단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