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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우리 사회를 불행하게 하는 사람

 

당나라 말엽 명의로 소문난 맹부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의술은 당대 최고의 경지에 있었는데, 특히 독창치료에 일가견이 있어 병약한 소종(昭宗)황제의 주치의가 돼 왕의 총애를 받게 됐고, 그 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가 있었다. 맹부는 처음에는 사람을 살리는 명의가 돼 가난하고 병든 자를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황궁 내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권력의 속성을 알게 됐고 왕의 총애를 받다보니 점점 의술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하는 일에 관여하면서 세간의 비웃음을 사게 된다.

의사가 의술을 버리고 정치에 관여하다 보면 그 본질을 버렸다는 말인데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동안 그의 신기에 가까운 의술은 점점 퇴색돼 갔다. 결국 사천지방으로 좌천하게 된다. 사천지방에 있는 동안 자신을 돌아 볼 성찰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지난날 황궁 생활을 잊지 못한 나머지 황궁을 모방해 자신의 궁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방안에 있는 기물들을 모두 금종이로 포장했다. 창문을 통해 햇빛이 비칠 때면 방안은 온통 금빛으로 가득해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 됐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 귀족들이 사치스럽고 화려한 생활을 나타내고 있는 유적으로 안압지와 포석정이 있는데, 안압지는 임해전 안에 있는 궁중 연못으로 문무왕이 삼국통일의 성과를 과시해 왕실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안압지라는 이름은 ‘기러기와 오리처럼 사이좋게 지낸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당시 사람들의 우주관이나 자연관이 담겨져 있는 조형물이며 인간의 평화와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는 예술품으로도 정평이 나있는 유적이다. 문무왕은 이곳에서 연일 연회를 베풀었다. 당연히 연회는 단합을 과시하는 것이고, 역대 왕들은 여기에서 연회를 베풀며 귀족들과의 갈등을 풀기도 하고 왕실의 위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때 왕과 귀족들이 안압지에 배를 띄어 놀이를 즐기고 술과 가무를 곁들여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을 때 머지 않아 신라의 영광이 종말을 고할 것을 예언한 학자가 있었다. 당시 지식인의 한사람인 최치원은 이러한 세태가 바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음을 깨닫고 벼슬자리를 박차고 전국을 방랑했다. 결국 신라 왕실과 귀족들은 백성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사안일에 빠져 흥청망청하고 있을 때 새로운 왕조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이 고려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경애왕이 비빈 궁녀들과 어울려 연회를 벌이다가 죽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맹부가 의술을 버리고 정치인이 되는 순간부터 비운이 싹 텃고, 경애왕이 주색잡기에 빠졌을 때 나라를 지켜내지 못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과 함께 동고동락할 때 아름다운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 리서치가 재단법인 ‘행복한 세상’의 의뢰를 받아 성인 남녀 1천명을 상대로 질문조사를 한 결과, 우리 사회를 불행하게 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67.5%가 정치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말 잘하는 정치인들은 세상에 넘쳐나지만 국민들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정치인은 없다. 그래서 세상이 혼탁해지고, 국민들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웅변이나 전술이 아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냉소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환골탈태해야 산다. 자업자득이다.

/박남숙 용인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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