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 피의자와 핵심 참고인 간 거액의 자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경찰이 언론 보도후 뒤늦게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범죄자금의 이동으로 보기 어려워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이 일부러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인 김모 씨가 선관위와 박 후보 홈피 디도스 공격의 피의자들인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전 비서 공모 씨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업체 대표 강모 씨에게 모두 1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범죄수사에서 거액의 자금흐름이 중요한 단서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경찰은 개인간 돈거래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지만 김 씨가 선뜻 거액을 빌려줄 만한 형편인지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경찰은 이에 앞서 피의자 공 씨가 최 의원의 비서라는 사실도 언론에 밝히지 않는 등 정치권 관련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신분 공개를 지나치게 꺼려 논란이 된 바 있다. 검찰과 수사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찰이 한점이라도 의심을 살만한 모습을 왜 보이는지 이해가 안된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당국은 최근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이어 여러 권력 측근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로비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구속 수감됐다. 또 지난 10일에는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 씨가 이국철 SLS 그룹 회장과 제일저축은행 유회장으로부터 총 7억5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권력 측근 비리 의혹 사건들의 수사와 관련, 국민의 눈은 검찰에 쏠려있다. 검찰은 최근 변호사의 법인카드로 항공료, 회식비를 결제하고 벤츠 리스 비용까지 챙겼다는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검사가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이 사건은 검찰 얼굴에 먹칠을 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깎아내렸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 지 몇달이나 지나서야 문제의 여검사의 사표를 수리하고 징계절차도 거치지 않아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받았다. 경찰과 수사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검찰은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권력 측근 비리 의혹들을 성역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국민의 불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