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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끝나지 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가 천재였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우리는 흔히 괴테를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의 문학사적 작품을 남긴 작가로 기억한다. 하지만 괴테는 법률학 박사로 변호사였으며, 현실정치에 참여한 정치가였고, 과학 저서도 14권을 남긴 과학자이자 화가로 언뜻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을 연상케 한다.

나이의 많고 적음과 유부녀를 가리지 않았던 괴테의 생애에서 여성을 빼고 가장 뜻 깊은 만남은 당대의 문호 실러와의 교류였을 것이다. 괴테는 실러와 함께 18세기 후반, 따분한 계몽주의와 합리주의를 무너뜨리고 개인의 감정과 개성을 존중하는 역사적인 근대문학을 탄생시킨다. 지금은 교육학이나 심리학에서 청소년 시기를 대변하는 명칭으로 사용하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작이 바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괴테가 1774년, 편지형식의 이 소설을 발표하자 유럽의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열악한 인쇄환경에도 즉각 5개국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으며 유럽의 젊은이들은 마치 K-Pop에 열광하는 팬들처럼 소설이 묘사하고 있는 베르테르의 패션 등을 따라하기에 바빴다.

특히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샬로테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해 권총으로 자살한 내용으로 인해 모방 자살이 수천 건에 이르러 이듬해인 1775년에는 소설이 판매금지 당하기도 했다.

베르테르의 슬픔이 소설에 그치지 않고 현대에 와서도 슬픔을 이어가는 것은 소설에서 따온 ‘베르테르 효과’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베르테르 효과’는 탤런트나 가수 등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유명인의 자살방법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의미한다.

홍콩의 유명배우 장국영이 지난 2003년 자살했을 때에도 6명이 유사한 방법으로 목숨을 끊어 ‘베르테르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탤런트 최진실이나 이은주, 안재환 등의 자살이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6일 여고생인 A양이 먼저 자살한 친구의 뒤를 따라 투신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대전에서 발생했다. 자살방법도 먼저 간 친구가 택했던 그대로여서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A양의 극단적인 선택이 앞서 자살한 친구가 왕따문제로 고민했는데도 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최근 사회문제로 등장한 학교내 왕따와 폭력 등이 ‘베르테르 효과’와 만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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