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먼저 두부굽네 다섯가지 나물볶네,냄비꺼내 탕끓이네 친정엄만 생각나네, 부추전은 쉬운거네 스물댓장 구워냈네, 배추전은 만만찮네 이것역시 구웠다네, 동그랑땡 차례라네 돼지고기 두근이네, 김치전도 굽는다네 조카놈이 먹는다네, 기름냄새 진동하네 머리카락 빽빽하네, 허리한번 펴고싶네 한시간만 놀고싶네, 명절되면 죽고싶네 일주일만 죽고싶네, 이십년을 이짓했네 사십년은 더남았네,
몇 해 전부터 인기리에 유포되고 있는 ‘명절 며느리를 위한 시’라는 작품이다. 그 작품성보다 구절구절 마다 담긴 사연이 명절이면 이 땅의 며느리들이 치러야 할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자연스레 자리 잡은 절기성 질병인 ‘명절증후군’의 파생과정을 그림그리듯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때마다 받는 정신적 혹은 육체적 고통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며느리들이 겪는 질병이다.
장시간의 귀향과 귀성, 그리고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위한 가사노동, 시댁 식구와의 갈등 등으로 며느리들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명절 뒤끝이면 며느리들은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두통, 소하불량에 이어 심하면 우울증과 호흡곤란 등의 심각한 고통을 호소한다.
1년이면 설날과 추석, 단 두 번의 명절이지만 이 땅의 며느리들이 피해갈수 없는 숙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며느리에 이어 남편과 시어머니들도 명절증후군을 앓고 있다.
고부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남편들의 스트레스가 질병 수준이고, 예전과 달리 며느리 눈치는 보는 시어머니들은 명절이 두렵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명절이면 일가친족이 모이는 자리가 괴로운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명절증후군일 것이다. 백수, 재수생, 노처녀 등등으로 명칭되는 이들에게 명절에만 모이는 일가친척들이 날리는 말 한마디는 정신적 고통을 극대화한다.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과식이나 과음을 피하고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권한다.
또 명절 연후 마지막 날은 푹 쉬도록 일정조절을 조언한다.
그러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법은 인간관계의 개선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배려하는 마음이 명절증후군을 퇴치하는 특효약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