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왔다. 각 정당이나 정치지망생들이 유권자들을 홀리는 달콤한 사탕발림이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마구잡이로 터져나오고 있다. 야당이 학교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을 때 포퓰리즘이라며 비난에 앞장섰던 여당이 스스로 포퓰리즘성 공약을 스스럼 없이 내놓고 있다. 웃기는 일이다.
올해는 4월 총선에 이어 12월 대선까지 큰 장이 두 번 선다. 앞으로 10여 개월 내내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없이 달콤한 약속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이미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을 앞두고 귀가 솔깃한 여야의 공약 남발 경쟁이 시작됐다. 이들이 쏟아놓는 감언을 듣다 보면 누가 이기든 천국의 문이 열릴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여야의 선심성 공약 남발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여당은 현 정부에서 논란 끝에 접은 남부권 신공항 건설 구상을 다시 꺼내 드는가 하면 사병 월급을 9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려주겠다는 공약도 추진한다고 한다. 또 핵심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대학생에게 2년간 장학금을 주고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호기를 부리고 있다.
한 술 더 떠 남경필 의원은 사병월급을 50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고 있고 쇄신파들은 초·중·고교생에게 아침급식을 제공하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여당은 지난해 서울시의 초등학교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재정건전성을 문제삼아 포퓰리즘이라며 강력 반대했었다. 이러니 표를 얻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야당도 다를 바 없다. 민주통합당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 매년 3% 청년고용할당을 의무화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고졸 청년들에게 반값등록금에 상응하는 2년간 1천200만원을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군복무자에게는 월 30만원씩 21개월간 적립한 630만원을 제대할 때 한꺼번에 사회복귀지원금으로 준다고 한다. 야당이 승리하면 청년층은 돈벼락을 맞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만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무분별하게 내놓는 퍼주기식 포퓰리즘 공약에 정작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정치꾼들이 쏟아놓는 달콤한 약속들은 제대로 따져보지 않더라도 입에 발린 빈말이 대부분이다. 설익은 공약 남발로는 오히려 표를 쫓을 것이라는 점을 여야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입을 유심히 살펴 보고 그들이 하는 말을 곱씹어 봐야 한다.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