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의 상태가 궁금한가? 그러면 똥을 보자. 똥은 몸 안의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등이다. 예전 어의들은 임금의 똥을 보고 건강상태를 살펴보았다 한다. 요즘 엄마들도 아기의 똥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아 아기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엄마 자신은 어떠한가? 양변기에 똥을 누고 나서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물을 내려버린다. 더럽다는 생각에 자신의 배속 정보를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다. 똥은 몸 안의 상태를 계속 신호 보내는데도 무시하고 버리는 것이다.
먼저 똥 색깔을 보자. 건강한 황금똥, 피가 있는 붉은똥 검은똥, 담즙이 부족한 회색똥. 똥 색깔은 우선 그때그때 먹은 음식에 따라 차이가 난다.
피가 들어있는 육식을 하고 난 후 거무스름한 갈색과 흑색 계통, 섬유질이 든 채식을 하고 난 후 황색을 띤다. 대장에 오래 머물면 진해져서 변비의 색깔이 탁해지고, 대장을 빨리 빠져나오면 옅어져 설사의 색깔이 묽어진다.
건강한 황금똥이 아닌 지속적인 붉은똥 검은똥은 위장에 출혈이 있다는 신호다. 입으로 먹은 음식은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지나 항문을 통해 똥으로 배출된다. 항문을 기준으로 가까운 곳에 출혈이 있으면 붉은똥, 먼 곳에 출혈이 있으면 검은똥을 본다. 치질처럼 항문 주위에 문제가 있으면 붉은 피가 변기 안을 물들이고, 항문 가까이 혹은 대장에 출혈이 생기면 피가 섞인 붉은똥을 본다. 짜장처럼 끈끈하고 검은똥은 항문에서 떨어진 위·십이지장의 출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회색똥이 나오면 담즙 분비의 이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간과 담에 이상이 있어 똥을 노랗게 만드는 담즙이 분비가 안 되면 탈색된 회색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똥의 모양과 양을 보자. 똥의 모양은 수분과 섬유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건강한 바나나똥, 변비의 토끼똥, 소화불량의 물똥 물렁물렁똥 빼빼마른똥. 건강한 대장을 통과하면서 수분이 적절히 흡수된 똥은 보통 70% 정도의 물을 포함한다.
물의 비율에 따라 물똥 바나나똥 된똥 등이 된다. 설사 쪽의 물똥은 장에서 수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서 나타나고, 변비 쪽의 된똥이나 토끼똥은 대장에 너무 오래 머물러 수분이 과흡수되어 나타난다. 똥의 양은 보통 100~200g 정도인데 섬유질 섭취량과 비례한다. 섬유질이 똥을 잘 뭉치게 하므로 섬유질이 많은 채식을 할 때 똥의 양이 더 많아진다. 식사량과 섬유질 섭취량이 부족하면 배변량도 줄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똥을 보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싸고, 즐겁게 지내자. 잘 먹자. 충분한 물과 섬유질을 섭취하자. 채식 위주였던 한국인의 식사습관이 점차 채식의 섭취가 줄어들어 하루 권장 섬유질 섭취량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물과 함께 섬유질이 많이 든 잡곡밥과 시금치, 미역, 감자, 콩, 버섯, 해조류를 먹어 섬유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잘 싸자. 네 발로 걸을 때 노출됐던 항문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엉덩이 살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변을 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나오는 양만큼 보던 야생의 배변 습관이 화장실이란 시공간의 제한을 받게 됐다. 똥을 참지 말고 보고 싶을 때 보고, 쉽게 나오는 양만큼만 보자. 안 나오는 똥을 너무 억지로 오랫동안 항문에 힘을 줘 보려 하지 말자.
마음을 즐겁게. 모든 것이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 위와 장은 머리로 조정되지 않고 자율신경 즉 마음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마음이 편해야 소화도 잘 되고 변도 좋아지는 것이다. 시댁에 간 며느리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잘 나오던 변도 안 나오게 되는 것이다. 즐겁게 먹자. 왕의 음식을 찡그리고 먹기보다 거지의 음식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먹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좋은 똥이 된다.
/윤탁현 화성시 명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