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리 힘이 빠졌다고 해도 미국은 슈퍼 파워를 자랑하는 초강대국이다. 세계의 분쟁지역에 관여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세계경찰로서 역할도 여전하다. 자국의 이익을 교묘히 위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은 지구촌 곳곳의 모든 현안에 개입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잘 사는 나라’와 ‘힘 있는 나라’의 대명사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류문명을 주도하고 있다는데 이견이 별로 없다. 우리와의 관계도 2008년 미국발(發) 금융악재에서도 보듯 아직까지도 ‘미국이 기침하면 우리는 독감을 앓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의 부상도 실로 경이롭다. 근대화의 아픈 역사와 공산주의라는 낡은 이념을 딛고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굴기(屈起)’는 세계사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2010년기준, 명목 GDP와 구매력 평가GDP가 세계2위이며 10%를 넘나드는 경제성장률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경제의 성적표를 좌우할 정도다.
특히 2010년은 중국이 경제에서 만큼은 세계2위라는 일본을 누르고 ‘경제랭킹 세계2위’를 차지한 해로 기억된다. 무엇보다 중국은 소련의 몰락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슈퍼 파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패권을 넘어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군사적으로도 항공모함과 스텔스기 등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채 미국의 군사력에 맞대응하는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지구촌 양강(兩强)으로 손꼽으며 ‘G2’로 대별하고 있다. 그런 양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회동을 갖고 있다. 올해 중국 최고지도자에 오를 것이 확실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들은 백악관 만남에서 티베트문제를 놓고 인권과 내정간섭을 내세워 정면충돌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지구촌 초강대국인 이들 나라의 지도자들이 만나 한반도에 대한 중요 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과거 강대국들의 행태를 뒤돌아보면 당사국과는 아무런 협의나 고려 없이 약소국을 농단했음을 직면케 된다. 우리의 동의나 충분한 협의 없이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이 이뤄질지 목을 늘여 지켜볼 일이다./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