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대학생 144명이 수도인 취리히의 이민자가 몇 명인지를 맞추는 연구에 참여했다. 이들 대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고 그저 각자 생각하는 수치를 적어냈다. 정답은 1만67명이었는데, 144명이 적어낸 중간값은 1만명으로 그 정확성은 놀라운 것이었다.
수년전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라는 책으로 일대 혁명적 사고를 제공했던 제임스 서로위키는 재미있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소수의 전문가보다 집단을 이룬 다수가 정답의 실체에 근접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책에서 최고 전문가로만 구성된 NASA의 치명적 의사결정 실패로 콜롬비아호를 폭발시킨 원인을 비전문가인 증권거래인들이 찾아낸 것을 비롯한 집단지성의 뛰어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지성계에는 ‘불안정한 개인 대(對) 지혜로운 대중’이라는 담론이 촉발됐다. 이같은 배경에서 출발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플라톤의 철인정치 이후 지구촌에 만연된 ‘우매한 대중’이라는 편협된 사고에 경종을 울렸다. 물론 집단지성의 완벽한 작동을 위해서는 특별한 환경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과 집단지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연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단지성은 지구촌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엘리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가장 훌륭한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집단지성이란 다수가 교류와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집단의 지적능력을 이른다. 이러한 집단지성의 가장 훌륭한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있는데 인터넷과 SNS가 그것이다. 각 포털사이트는 ‘지식IN’ 등의 집단지성 ‘논의의 장(場)’을 만들어 특정 사안에 대한 다수인의 식견을 상호보완하고 축적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완성된 결론 혹은 정답을 도출한다. 다수의 의견이 더해지며 완성된 해답은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창의성과 탄탄한 구조를 자랑한다.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도 궁금한 사항이나 사회 현상 등에 대한 논의의 불만 당기면 그야말로 삽시간에 지구촌 지성의 총합이라 할 결론이 도출되곤 한다.
평범한 다수가 탁월한 소수보다 현명하다는 집단지성의 주장에 귀기울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앙정부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 까지 소수 전문가로 구성됐던 각종 자문기구를 평범한 다수에게 개방해 집단지성의 힘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천재 1명이 수십만명을 먹여살린다”고 외쳤던 대기업도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똑똑한 1인보다 다수의 총의를 모은 조직이 생존을 넘어 미래를 지향하는 세상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