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원시내 곳곳에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른바 ‘마을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이 사업은 마을 골목길 벽화그리기로부터 시작해 마을신문 만들기, 노인 합창단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얼핏 1970년대의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지만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특히 아파트 등 도회지에서 펼쳐지는 사업이니만큼 마을 공동체 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수원시에서 펼쳐지는 마을만들기사업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행궁동과 지동이다. 이 두 곳의 주민들은 참 열정적으로 마을만들기에 나선다.
그 가운데서도 행궁동의 ‘공방거리’의 사례가 눈에 띈다. 공방거리는 화성행궁에서 팔달문 사이 옛도심 뒷길 420m 구간에 형성돼 있다. 이 길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였다. 토박이 젊은이들은 저녁 무렵 친구나 선후배 몇 명씩은 우연히 만날 정도였다. 그러다 팔달문 상권이 쇠락하면서 이곳 또한 사양의 길로 들어섰다. 적어도 3년 전 까지는. 그런데 이제는 이곳이 ‘제2의 인사동’을 꿈꾸는 새로운 거리로 살아나고 잇다. 쇠락하던 옛 도심은 전통 공예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공방과 맛집, 향기로운 차 냄새가 퍼지는 명소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수원시와 주민들이 합심 노력한 결과다.
그 중심에 ‘아름다운 행궁길’ 박영환 회장이 있다. 그는 썰렁하고 볼품없던 작은 거리를 수원시에서 가장 걷고 싶은 관광명소 공방거리로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무예인으로서 서각장인으로 변신한 박 회장은 행궁길에서 ‘나무 아저씨’라는 서각공방을 운영한다. 그는 수원시에서 처음 이곳을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했을 때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상인들은 또 공사라고 하니 반대가 심했다고 말한다.
이에 박 회장은 행궁거리에서 공방을 하는 사람들, 행궁길 주변 상인 등과 ‘아름다운 행궁길 사람들’이라는 비영리 법인단체를 만들고 거리 꾸미기에 적극 나섰다. 일일이 상점 주인의 의견을 물어 간판을 제작하도록 했으며, 아름다운 행궁길 사업 설득을 했다. 그 결과 당시 반대했던 주민들도 그를 찾아와 다시 해주면 안 되냐고 할 정도로 이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입주 희망 작가들도 많지만 받아들일 틈이 없단다. 무슨 일이든지 선구자가 있게 마련이다. 아직 아름다운 행궁길만들기는 미완의 사업이지만 박영환 회장을 비롯한 열성적인 작가들과 상인, 주민이 있는 한 인사동 같은 명소로 탄생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