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해 많은 모임에 참석한다. 피곤하다가도 모임에 나가서 웃고 떠들다 보면 에너지를 얻고 신이 난다. A씨는 아내도 자신처럼 모임에 나가면 신이날 것이란 생각으로 자주 모임에 동반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A씨의 아내는 모임에 갔다 오면 기진맥진이다. 어떤 사람은 모임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어떤 사람은 모임이 피곤하기만 하다.
B씨는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술을 먹은 후나 몸이 찌뿌둥하면 운동이나 사우나를 통해 일부러 땀을 낸다. 반면 B씨의 아내는 땀을 조금이라도 흘리면 녹초가 된다. 같은 땀을 흘려도 어떤 사람은 개운하고, 어떤 사람은 기운이 빠지는 것이다. 마음과 몸이 모두 제각각으로 다르므로 생기는 병도 다르고 치료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체질 의학이자 맞춤 의학인 사상의학이다.
출발은 타고난 각자의 마음으로부터이다. 마음에 따라 기운이 움직이고, 기운에 의해 몸의 상태와 형태가 결정돼 몸의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생긴다. 몸의 강약에 따라 병이 생기고 거기에 따른 각각의 치료가 정해지는 것이다. 각각의 4가지 다른 마음을 보면, 태양인(太陽人)은 강한 직관을 하고 높이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다. 소양인(少陽人)은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속도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다. 태음인(太陰人)은 섬세한 감각을 가지고 폭을 추구하는 마음(↔)이 있다. 소음인(少陰人)은 치밀한 사고를 하고 깊이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다.
산행(山行)에 비유해 4가지 다른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자. 출발 전 준비 과정에서는 준비성 많은 소음인은 교통편과 등산지도 등을 철저히 알아보고, 준비물을 꼼꼼히 챙긴다. 걱정이 많은 태음인은 만약을 대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한다. 임기응변이 강한 소양인은 그때그때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며 별 준비 없이 출발한다. 태양인은 산에 가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한다. 산행할 때 소음인은 방해받지 않고 혼자 조용히 오르기를 좋아하고, 태음인은 친한 사람과 같이 오르는 것은 좋아하는데 낯선 사람이 끼면 피곤해 한다. 소양인은 아무하고나 잘 어울리며 오르고, 태양인은 상관을 안 한다.
동행자와 대화할 때 이론적인 소음인은 상대방과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을 집요하게 펴며,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을 정리해 주기를 원한다. 현실적인 태음인은 상대도 자신도 다 맞다 여기며,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분위기를 중시하는 소양인은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다수 의견이 옳다고 여기고, 문제가 생겼을 때 잘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 직관의 태양인은 눈치를 안 보고 직선적으로 자신 있게 이야기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동참해주기를 원한다.
산을 오를 때 소심한 소음인은 주위를 찬찬히 살피며 자신의 계획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며 오르고, 겁 많은 태음인은 갓길 등 여기저기 살피며 만약을 대비해 모든 정보를 수집하며 오르고, 급한 소양인은 동행자와 떠들며 빠른 속도로 정상을 향해 오르며, 태양인은 맞는 길이라 생각하면 새로운 길이라도 기꺼이 오른다.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소음인은 자신이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고, 태음인은 반대 방향의 길로 내려가며, 소양인은 내려가는 것 자체를 무척 싫어하며, 태양인은 상관 안 한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독립투사와 가정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소시민 중 어떤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사는 걸까? 답은 없다. 맞고 틀림, 좋고 나쁨, 옳고 그름, 바르고 어긋남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이다. 각자 타고난 마음이 다른 것이다. 자신만 맞고, 모두 자기 같아야 한다는 독선에서 벗어나 각자가 다르다는 다양성을 인정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고 잘하는 것을 찾아한다면 자신과 사회 모두가 건강하겠다.(정확한 체질 진단은 전문 한의사와...)
/윤탁현 화성시 명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