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거대화되고 주류중심의 단단한 계층이 형성되는 가운데 소수이자 비주류인 조직의 활로는 무엇일까. 국내에도 마니아급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의 신간 ‘니치(Niche)’가 해답의 일단을 준다.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의하는 하킨은 그동안의 저술활동을 통해 ‘예측·분석의 대가’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니치(Niche)’는 틈새를 뜻하고 그동안 이 용어는 소수 혹은 비주류, 하위그룹의 생존전략을 설명할 때 사용되곤 했다.
무엇보다 강자 혹은 주류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전략을 니치마켓이라는 틈새시장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하킨이 말하는 ‘니치(Niche)’는 매머드급 파괴력을 의미하는 블록버스터(Block Buster)와 결합해 ‘니치버스터’로 탄생했다. 하킨은 마니아층이 형성된 비주류사업도 마니아들이 동질감을 형성하면 곧 주류로 도약할 수 있는데 이를 ‘니치버스터’라고 정의했다. 나아가 ‘니치(Niche)’를 중소조직의 생존을 위한 틈새가 아니라 향후 기업이나 조직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설파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캐주얼의류업체 GAP은 출퇴근용 의류 트랜드를 정장에서 캐주얼로 대체시키는 영향력과 인기를 누렸지만 ‘에코 붐 세대’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경쟁업체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면 제조소매업을 뜻하는 SPA는 1개의 의류기업이 공급과 기획,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일체화했는데 명동 등 주요 패션거리에 나가보면 알 수있지만 이들의 성공은 눈부시다. 이유는 의류구입에 지갑을 여는 10~20대 소비자들이 옷을 구입하면 한 철만 입는 틈새 소비형태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다단계 유통과정의 거품을 빼고 최신 유행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발빠른 공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곤 이들 패스트업체는 틈새시장에서 연명하는 비주류가 아니라 전체 의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장악력을 갖게 됐다. 저자는 이같은 사례와 여러 가지 분석을 통해 니치버스터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충성고객’의 확보를 꼽았다. 충성고객을 만들 아이디어와 분석력, 그리고 추진력을 갖춘다면 거대시장의 비주류로 숨만 쉬던 조직이 시장을 이끌 주류로 변신케 되는 것이다.
거대 자본이나 정부의 특혜와 같은 외부 환경은 종속변수다. 성공할 수 있는 독립변수는 기업 스스로의 확신에 찬 변신과 개혁적 사고다. 언론재벌이 독과점과 중앙만 쳐자보는 독자층을 두고 지방지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지방지는 지방지만의 니치가 있고 ‘니츠버스터’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예비 충성고객’이 존재한다. ‘예비 충성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능력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