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核)은 동전의 양면 같은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원자력발전과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핵은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핵(核)과 무기(武器)라는 단어가 합성해 핵무기(核武器)로 바뀌면 그 파괴력에 얼굴이 굳어진다. 특히 북한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국가 전반에 거쳐 주름살로 작용한다.
북한이 이미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더욱 우리 가슴을 짓누른다. 또 핵강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에다 북한마저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지하는 우리의 처지를 더욱 불안케 한다.
최근 미국의 안보전문가이자 석학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한권의 책을 냈다. ‘전략과 비전’이라는 제목의 저서에는 과거 카터대통령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담당관을 지내며 지구촌 안보문제를 쥐락펴락했던 그의 날카로운 분석이 실렸다. 저서에서 브레진스키는 지구촌 초강대국인 미국의 쇠퇴를 전제로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다른데서 안보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해결방법으로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아직은 군사적으로 낯선 중국이나 러시아의 핵우산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슈퍼파워인 미국의 몰락은 속도의 문제이지 필연이라고 분석하고 미국의 약화된 억제력은 북한을 견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하고 있다.
세계적 분쟁국가중 국력이 뒷받침되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을 상대로 생존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아리비아 등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핵무기는 핵공격의 위험에 시달리는 국가에는 보험과 같은 성격으로 불안감을 씻어준다. 하지만 우리는 핵무기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과거 일본에 투하된 2개의 핵폭탄이 가져온 몸서리쳐지는 결과와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과 같은 재앙에 대한 경각심이다. 그러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경제가 아닌 군사적 목적의 핵(核)은 ‘비대칭 군사력’을 일순간에 만회하는 달콤한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라는 현실적 난제를 풀고 독도, 이어도 등으로 이어지는 주변국과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1주일 뒤면 서울에서 58개국 정상 및 국제기구 지도자들이 모이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하여튼 이번 회의가 핵무기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보장받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